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이란 남부와 남동부 군사시설이 잇따라 공습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중동 정세에 대한 공조를 재확인하면서도,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협상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9일(현지시간)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 코나라크의 해군기지가 전투기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유네스 하카니 코나라크 행정 책임자는 “해군 군사구역이 적 전투기에 의해 두 차례 타격을 받았다”며 구조대와 보안군이 현장에 출동해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IRNA는 이란 남부 부셰르 외곽의 군사기지도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에흐산 자하니안 부셰르주 정치·안보 담당 부주지사는 해당 기지가 “미국과 이스라엘 적군이 발사한 발사체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양국이 다시 충돌한 배경에는 종전 양해각서(MOU)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조항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갈등의 핵심은 MOU 5항이다. 이 조항에는 전쟁 기간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이란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기뢰 등 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상 당시 양측은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처럼 모호한 표현을 수용했지만,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이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는 강경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를 국제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보장한 조항으로 해석한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WSJ에 “양국은 MOU 5항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걸프 해역에서의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최신 상황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국경 완충지대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별개로 이란과의 핵 협상 창구는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방송 CNN에 따르면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기술적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측이 논의 중인 양해각서가 ‘성과 기반’이라면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거부와 상선 공격을 비판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과 이스라엘과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핵 문제에서는 외교적 해법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