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당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10일 공개 회의에서 또 다시 부딪혔다. 당권파 최고위원은 결선투표와 선호투표는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명(친이재명)계 또는 친석(친김민석)계로 구분되는 위원들은 선호투표가 지난해 민주당 당무위원회도 의결한 결선투표 방식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한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최고위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는 통합과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는 최고위가 전준위가 의결한 선호투표 방식과 청년최고위원의 도입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선호투표제 논의를 꺼냈다. 황 최고위원은 “선호투표제는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적법한 당헌당규 해석과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도입된 우리 당의 결선투표 방식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라며 “1년 전에 모두 찬성했고, 이재명 당시 대표가 고심 끝에 도입한 이 제도를 이제 와서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뒤집으려는 것은 사당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강득구 최고위원도 뒤이은 발언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선호투표제는 당헌·당규 위반이 아니다”라며 “당헌이 정한 결선투표의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헌 25조를 언급하며 “당대표는 과반수 득표로 선출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 방식은 두 가지, 선호투표로 즉시 결산되도록 처리하는 방식과 2차 투표로 시차를 두고 상위 후보간 재투표하는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최고위원은 “선호투표는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선호투표제를 도입한 원내대표 선거나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무위원회가 경선 후보자 3인 이상이면 선호투표를 실시한다고 의결한 것도 강 최고위원은 자신의 근거로 제시했다.
황·강 최고위원은 공개 최고위가 정회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호투표제 적용이 당헌·당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이에 더해 차기 최고위원이나 시도당위원장 등 선출직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 현직 최고위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해 사퇴한 것처럼 현직 최고위원 중에서도 주요 당직을 맡으려는 경우 물라나라는 것이다. 황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뛰는 최고위원이 선수로 뛰면서 심판처럼 룰을 만드는 건 운영에 시비 있어서 정 전 대표도 사임했다”며 “지도부 안에 그런 생각이 있는 분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강 최고위원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년최고위원 도입 논의가 막혀 있는 데에 “이러다가 민주당은 ‘공룡정당’, ‘화석정당’이 되고 정당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친청(친정청래)계로 구분되는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다음달 1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결선투표 방식으로 선호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당헌을 해치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최고위원은 “헌법이 국가의 근간이라면 당헌은 민주당의 헌법”이라며 “과연 민주당의 당헌은 안녕한가”라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준위나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당헌·당규 위에 있을 수는 없다”며 “유불리를 논하기에 앞서 명백하게 당헌·당규에 위반되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이 대통령이 한 것처럼 당헌·당규 개정 후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도 비슷한 취지로 “작년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가) 적용됐다고 무리가 없다고 한다”며 “기존의 논의와 (당무위) 의결 취지를 존중하더라도 현행 당헌·당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필요한 규정 정비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도 가능하지 않다”며 “전당대회 후보 등록 일정을 일주일 남겨놓고 룰을 개정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르는 일”이라며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16∼17일이다.
이·문 최고위원과 함께 친청계로 묶이는 박규환 최고위원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며 “지도체제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선거방식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고 선호투표제에 반대했다. 박 최고위원 역시 “당헌·당규를 무시하면서까지 선호투표를 밀어붙이는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호투표는 결선투표의 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당대표 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논의를 확정짓기로 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한 원내대표가 오늘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며 최고위원 간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방식일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