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CD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매장 풍경이 몇 년 후면 이용자들에게 추억이 될 전망이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2028년 1월부터 플레이스테이션 신규 게임의 CD 제작을 종료하겠다고 지난 2일 알렸다. 이미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게임이 제공되고 콘솔(게임기기)도 이를 따라가면서 게임 이용 환경이 많이 변했다는 판단이다.
2028년 1월 이후 출시되는 신규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등 디지털 채널에서 다운로드 버전으로 제공된다. 이미 출시됐거나 2028년 1월 이전에 출시 예정인 게임은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게임 CD가 매장에서 사라지고 오랫동안 수집해온 이들도 있는 만큼 게이머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게임 시장의 유통 구조는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어 왔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 암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의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 비중은 2013년 13%에서 지난해 80%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CD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 모델과 다운로드 전용 모델을 나눠 판매 중이다. 락스타게임즈의 대작 ‘GTA 6’도 사전 판매에서 CD 대신 다운로드 코드만 동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코드를 스캔하면 기기로 내려 받는 방식이다. 돈을 주고 샀지만 실제 CD를 쥐지는 못한 셈이다.
소니의 결정에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아쉬움과 반발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실물 CD 수집 만족감이 사라지고, 중고거래 등 환금성이 어려워진다는 데 따른 거부감으로 해석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게임 CD 사는 사람들을 버린다면 우리도 소니를 버릴 수 있다’며 차세대 콘솔을 사지 않겠다는 반응도 보인다.
실물 CD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소비는 중고시장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시장유통 구조가 디지털로 옮겨가지만 실물 CD 수요가 계속 이어지면서, 각종 CD 거래와 소비는 온오프라인 중고시장을 중심으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이다.
11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최근 3년간 상반기 플레이스테이션 CD 거래 데이터를 보면 2025년 상반기 총 거래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118.2%, 거래액은 66.2%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거래 건수가 39.5%, 거래액이 25.3% 감소했다. 다만 2024년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거래 건수는 32.0%, 거래액은 23.5% 각각 늘어 실물 CD 거래 규모는 2년 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대형 신작들의 실물 CD가 중고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거래가 정점을 찍었고, 올해는 신작 효과가 일부 잦아들어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실물 게임 CD는 누군가에게 수집품이면서도, 어떤 이에게는 게임을 즐긴 뒤 다음 게임 구매 비용을 마련하는 자산이 된다. 이 같은 소비 방식은 실물 CD만 가능한 문화로 여겨진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이용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SIE의 정책에 따라 게임의 소유권 문제 등도 불거질 수 있다. 돈을 주고 샀지만 CD가 없는 데서 오는 소유권의 문제, CD를 되팔 수 없는 데 따른 환금성 결여 등에 관한 비판이 게임 시장 안팎에서 나올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에서는 소니의 결정이 향후 콘솔 시장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중고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실물 CD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실물 게임을 사고 모으고 되파는 기존 소비문화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지만, 이용자들이 판단하는 게임의 가치 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