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난의 역설…‘빌라의 역습’ 시작됐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가율 급등…“낙찰받아 전세 놓으면 투자금 회수”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한동안 철저히 외면받던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경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파트 매매 및 전셋값 폭등과 물량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빌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와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최근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빌라 경매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매를 신청한 물건들에 일반 응찰자들이 대거 몰리며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HUG는 전세사기 보증사고 물건의 경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변제권만 행사하고 대항력을 포기하는데, 이 경우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추가로 떠안을 부담이 없어진다. 이러한 메리트가 일반 응찰자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HUG 경매 낙찰 물건(총 5672건) 중 제3자(일반 응찰자)가 가져간 물건은 4347건으로 76.6%에 달했다. 한때 HUG가 직접 낙찰(셀프 낙찰)받아 ‘든든전세’로 활용하던 비중과 비슷했으나, 올해 들어 일반 투자자들의 공세가 거세지며 균형이 깨진 것이다. 심지어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감정가(2억6600만원)보다 1억 원가량 높은 3억6201만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 136%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경매업계에는 “낙찰받아 새 전세를 놓으면 투자금을 거의 회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연립주택 전셋값은 2012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0.59%)으로 상승했으며,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전년 대비 11.5% 증가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빌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낙찰 후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어 입지가 양호한 물건 위주로 입찰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