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입국관리법 위반 범칙금 낸 뒤 행정소송으로 못 뒤집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해 범칙금을 이미 납부했다면, 이후 행정소송으로 납부 의무를 다툴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는 A사와 B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범칙금 납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지난 4월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종결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연합뉴스

A사와 B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업체를 운영하면서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들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범칙금 900만원 통고 처분을 받고 이를 납부했다. 이후 A사와 B씨는 외국인들이 추후 가맹점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무급으로 일을 도왔을 뿐이고, 이들을 고용한 게 아니라며 범칙금 통고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칙금 납부 의무에 관해 다투는 것은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칙금 납부 의무의 근거가 되는 통고 처분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 행사로서 성질상 행정처분에 해당하지만, 그 전부에 대해 행정소송의 취소를 구하거나 처분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대해 확인 또는 이행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출입국사범이 통고한 대로 범칙금을 납부하면 동일 사건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범칙금 납부에는 확정재판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사후적으로 번복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소송으로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 납부 의무 존부를 심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범칙금을 납부한 이후라도 통고 처분의 근거가 된 범칙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국가의 범칙금 보유에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구제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는 별도의 법률 규정에 근거해 국가기관의 유권적 판단에 따라 범칙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된 경우에 한해 구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별도의 규정이 없는 현행법령 체계 아래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범칙금 납부 후 행정소송에서 범칙금 납부의무의 존부 확인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