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입꼬리가 처지고 눈이 끝까지 감기지 않는다. 물을 마시면 입 옆으로 새거나 귀 뒤가 뻐근하게 아프기도 하다. 흔히 ‘구안와사’로 불리는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안면신경마비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초기 대응에 따라 회복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발병 후 72시간, 가능하면 48시간 안에 표준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안면 비대칭이나 연합운동 같은 후유증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찬 데서 자서 생긴 병”이라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얼굴 한쪽이 갑자기 굳거나 눈이 감기지 않고, 입이 비뚤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이비인후과나 신경과가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안면신경학회도 최근 16년 만에 한국형 진료지침을 개정하고, 안면마비를 단순한 근육 이상이 아닌 급성 뇌신경 염증질환으로 봐야 한다며 발병 72시간 이내 치료와 원인 감별, 눈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얼굴마비 오면 72시간 안 치료가 핵심
◆치료해도 안 낫는 얼굴마비, 벨마비 아닐 수 있다
모든 얼굴마비가 벨마비는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특히 초기 치료를 받았는데도 회복이 더디다면 원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안면마비의 원인은 벨마비 외에도 감염, 외상, 종양 등 다양하다. 귀 주변 수포와 심한 통증이 동반되면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인 람세이헌트증후군일 수 있다. 람세이헌트증후군은 벨마비보다 예후가 나쁜 편이어서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팔다리 힘 빠짐, 발음 어눌함, 의식 변화, 복시, 심한 두통이 함께 나타나면 뇌졸중 같은 중추성 원인을 의심해야 한다.
전체 안면마비 중 5∼7%는 종양이 원인일 수 있다. 조영상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환자 다수는 벨마비가 맞지만 치료를 받았는데도 회복이 더디다며 찾아오는 환자 중 일부에서는 종양이 확인되기도 한다”며 “특히 안면신경초종이나 전정신경초종처럼 측두골 안에 숨어 자라는 종양은 영상검사 없이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호전이 없거나, 마비가 서서히 악화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난청·이명·어지럼증이 동반되면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종양이 커지면서 안면신경을 계속 압박하거나 침범하면 이후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신경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반대로 조기에 발견하면 종양의 종류와 위치, 크기에 따라 관찰, 방사선수술, 부분 절제, 신경 보존 수술, 신경 재건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회복기에는 재활치료가 중요한 축이 된다. 다만 안면 재활은 얼굴 근육을 무조건 세게 움직이는 훈련이 아니다. 잘못된 움직임을 반복하면 웃을 때 눈이 감기거나 눈을 감을 때 입이 함께 움직이는 연합운동, 얼굴 구축, 비대칭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작은 움직임을 천천히 반복하고, 좌우 대칭을 확인하면서 뇌와 신경이 올바른 얼굴 움직임을 다시 배우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상이나 수술 과정에서 안면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도 치료 시점과 손상 정도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 신경이 완전히 절단됐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직접 봉합하는 것이 예후가 좋다. 마비가 오래 지속돼 얼굴 근육이 위축된 경우에는 기능성 근육 이식 등 재건수술이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