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으로 번지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다음 문제는 ‘자치경찰’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사건이 순경부터 경감까지 한 지역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자라온 경찰관들의 형님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출범부터 자치경찰제를 경찰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밀고 있다. 국가경찰 중심의 현행 체제에서 지역의 자치경찰로 조직과 인사, 재정 등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다. 지난 2일 국무조정실에는 범정부협의체가 출범하며 논의가 본격화했다. 현재 논의 중인 자치경찰제는 성범죄를 다루는 여성·청소년 분야가 포함돼 있다. 피해자 보호나 예방 측면에서 지자체와 협업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을 넘어 정치권, 기업, 지역 언론 등 지역 토호 세력과 유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은 뿌리 깊은 지역 내 형님 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수사 경찰들은 피의자의 아버지가 동료 경찰이라는 이유로 “선배님”이라며 수사상황을 순순히 털어놨다. 긴급체포된 피의자인데도 열흘간 3차례 면담을 주선했고, 피의자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숨기자는 모의까지 오갔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광주만 해도 경찰서가 5개밖에 안 되는데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형님, 동생”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