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에서 태어난 북한배경학생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을 때 관계 당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렇게 많이 있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들이 전체 북한배경학생의 40%를 넘는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한국 정착 역사가 길어지면서 자녀세대의 증가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한국에 들어온 제3국 출생은 꾸준히 늘며 북한배경학생 중 가장 주목받는 집단이 됐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성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점이다. 북한 출생은 한때 가장 많았으나 최근엔 탈북의 어려움으로 현저하게 비율이 줄었다.
북한배경학생의 출신지 구성이 예전에 비해 이처럼 상당히 달라졌으나 지원, 보호 대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배경 10명 중 9명은 한국·3국 출생
북한배경학생은 출신지에 따라 세 부류로 나뉜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출생자, 탈북한 부모가 한국 입국 전 다른 나라에서 낳은 제3국 출생자, 탈북자가 한국 입국 후 낳은 국내 출생자다.
세계일보가 2005∼2025년 교육부·남북하나재단 교육통계와 실태조사를 연도별로 취합·분석한 결과 출신지별 구성은 2010년 중반대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출생지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에는 북한 출생자가 63.8%로 대다수였고, 제3국 출생자가 36.2%였다. 2015년 상당한 변화가 확인됐다. 제3국 출생자가 50.5%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것. 2023년에는 71.1%까지 늘었다. 국내 출생자 집계를 시작한 2024년에 국내 출생자가 42.0%로 확인된 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제3국 출생자는 43.6%, 북한 출생자는 14.4%였다. 2025년에는 국내 출생자가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4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등에 재학 중인 북한배경학생 2915명 가운데 국내 출생자가 1606명(55.1%)으로 가장 많았다. 제3국 출생이 1019명(35.0%), 북한 출생은 290명(9.9%)이다.
북한배경학생 10명 중 9명(90.1%)은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은 셈이다. 국내 출생자 비율 증가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자녀 세대가 꾸준히 성장해 온 변화를 보여준다.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북한배경학생의 구성이 변화하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제3국 출생자들이다. 제3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뒤 한국에 입국해 일상적인 한국어부터 새로 익혀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일상생활부터가 문제다. 서울 소재 대안학교 반석학교 교사들은 제3국 출생 학생들의 교실 밖 생활까지 살뜰히 챙긴다. 김은경 교무부장은 병원 진료를 예로 들며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고 진료시간이 짧다 보니 학생들이 대충 ‘네네네’ 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이 같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상적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한국 교육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북한배경학생을 대상으로 한 남북하나재단 등의 조사를 보면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학교생활을 가장 큰 문제로 꼽은 학생이 4명 중 1명일 정도로 많다.
부산 소재 대안학교 장대현중고등학교 김재청 교사는 “1년 정도 지나면 (제3국 출생 학생들도) 한국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하지만 (공부에 필수적인) 어휘력이나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김 교무부장은 “북한이나 제3국에서 온 학생들은 사용하는 어휘에서 차이를 많이 느낀다”며 “특히 도덕이나 사회, 국어 과목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에 대한 어려움은 제3국 출생자들의 낮은 수업 이해, 학업 성취로 이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24년 실시한 북한배경학생 교육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3국 출생 학생의 수업 이해도는 5점 만점에 3.33점으로 한국어가 익숙한 국내 출생, 북한 출생을 포함한 전체 북한배경학생(3.48점)보다 낮다. 일반 학생(3.79점)보다 낮은 건 물론이다. 학업성취 수준도 5점 만점에 1.74점으로 북한배경학생 전체(1.82점), 일반학생(2.15점)에 미치지 못했다. KEDI는 이런 조사 결과를 근거로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 제3국 출생 학생의 한국어 교육 지원 요구가 높다고 분석했다.
신윤정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언어가 부족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고, 수업뿐 아니라 진로 선택에서도 제약이 생긴다”며 “부모도 한국의 입시와 진로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주변 선배들이 했던 것을 따라가기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성 변화 맞춘 지원책 마련해야”
우리 법률과 제도는 오랫동안 ‘본인의 탈북 여부’를 지원, 보호의 기준으로 삼았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탈북민을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북한을 벗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배경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3국 출생자, 국내 출생자는 법률상 탈북민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 보호에서 배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