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흥행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라이프 오브 파이’ 덕분에 국내 연극 시장이 올 상반기 두배나 커졌다. 연극 무대에서 드물었던 대극장 장기 흥행 성공 사례를 하반기에는 ‘베니스의 상인’이 이어갈 지 주목된다.
1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6월 연극 장르 총 티켓 판매액은 약 7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0억2000만원)의 두배 이상이다. KOPIS 통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연극 시장이 급증한 것은 티켓 가격이 비싼 세계적 흥행작 공연 때문으로 분석된다. KOP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극분야 총 티켓예매액이 가장 컸던 작품은 일본 제작·출연진이 내한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서울 공연이었다. 2위는 영국 원작을 국내 배우·제작진이 무대에 올린 '라이프 오프 파이' 서울 공연이었다.
각각 예술의전당, GS아트센터 등 대극장에서 공연한 두 작품의 티켓 가격은 9만∼19만원, 6만∼16만원이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1분기 보고서에서 "해당 작품은 높은 티켓 가격에도 흥행에성공, '연극은 저렴한 장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고가 연극시장 개척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극 시장 티켓 판매액은 상위 10개 공연에 집중됐다"며 "대형 공연이 만들어낸 성장은 소극장 연극 시장으로 파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베니스의 상인’이 대형 연극 흥행 기록을 이어간다. 셰익스피어가 1596~1598년 사이 집필한 작품으로,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하면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내주어야 한다는 조건의 계약, 바사니오가 벨몬트에서 포셔의 사랑을 얻는 구혼 이야기,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아버지의 재산을 들고 애인과 달아나는 이야기가 얽히며 안토니오의 목숨을 건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다.
이번 무대는 신구·박근형 주연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화제를 모은 파크컴퍼니가 제작하고,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경택이 각색·연출을 맡았다. 샤일록 역은 박근형이 전 회차 단독 원캐스트로 소화하며, 베니스의 공작 역은 신구가 맡았다. 안토니오 역에는 이승주와 카이, 포셔 역에는 최수영과 원진아가 더블캐스트로 출연하고, 바사니오 역은 이상윤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 김슬기·김아영(제시카), 최정헌(로렌조), 박명훈·조달환(랜슬럿), 한세라(네리사) 등이 출연한다. 다만 대극장 스타 캐스팅 연극이 하반기에도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그 온기가 중소극장 연극 생태계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 상반기 뮤지컬 총 티켓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고, 클래식 서양음악은 소폭 늘었다. 뮤지컬의 판매액은 2232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377억5000만원)보다 소폭 줄었다.
클래식 서양 음악은 403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361억2000만원보다는 늘었지만, 2024년 상반기 액수인 473억7000만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개막한 대형 뮤지컬 작품들이 2∼3월 폐막한 후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티켓 판매액은 이후 개막하는 ‘겨울왕국’ 등 대형 뮤지컬의 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양음악 매출 회복은 임윤찬, 조성진 등 스타급 연주자들의 주요 오케스트라 협연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