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추 웰스스팟 대표 “AI란 강력한 무기에 인간의 통찰 더하는 협업체계 구축”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는 만기와 발행 조건이 다른 채권이 약 8000개에 달한다. 사람이 전체 종목을 일일이 분석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그룹이 2024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금융 인공지능(AI) 전문기업 웰스스팟(Wealthspot)은 자체 AI 리서치 플랫폼을 활용해 이 방대한 투자 후보를 분석하고, 인간 운용역이 검토할 후보군을 빠르게 압축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첫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글로벌엑스 투자등급 회사채 ETF(GXIG)’를 선보였다.

 

김연추 웰스스팟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웰스스팟의 AI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출범 때부터 웰스스팟을 이끌고 있는 김연추 대표를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웰스스팟의 핵심 경쟁력으로 “AI를 활용한 개별 상품보다는 여러 시장과 자산군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꼽았다.

 

타 금융사들이 AI를 내부 효율화에 쓰는 경향이 강한데, 웰스스팟은 정제된 리서치를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차별화된다. 김 대표는 “현재는 리서치에 집중해 여러 회사가 원하는 전략과 상품군, 시장에 맞춰 빠르게 상품 공급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며 “향후에는 위험 관리, 준법감시보고서 등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것이 AI가 인간 운용역을 완전히 대체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AI라는 강력한 무기에 인간의 통찰을 더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펀드 매니저가 재량권을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최근 아마존, 오라클 등 대형 기술기업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채권을 대량 발행하자 AI는 이들이 우량한 회사라는 과거 데이터만으로 채권 매수를 과하게 추천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채권 물량이 쏟아져 수급 불균형으로 퍼포먼스가 나빠지는 돌발 변수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 때 인간이 개입하는 의도적 보정 작업이 필요하며, 실제로 운용역이 편입 비중을 낮췄다고 한다.

 

웰스스팟은 올해 운용 데이터를 축적해 후속 AI 리서치 모델에 반영하고, 채권·원자재·미국 배당주에서 일반 주식형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웰스스팟의 AI 리서치 모델로 한국 주식을 선별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르면 올 하반기 미국 증시에 상장될 전망이다. AI 플랫폼을 접목한 ‘코리아 액티브 ETF’는 첫 시도로,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한국 증시와 K금융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다.

 

상품은 웰스스팟이 한국 상장사와 시장 데이터를 AI·머신러닝으로 분석한 리서치 전략을 미국 현지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받아 최종 투자 판단을 내리는 액티브 ETF 형태가 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미국 주식보다 한국 주식에 대한 AI 리서치에 관심을 보인 회사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며 “한국 시장 투자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스팟은 아직 ETF 운용·발행사로 등록 전이라 현지 출시 운용사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ETF 전문 운용사 글로벌X가 유력하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한국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위주로 상장돼 있고, 액티브 ETF가 있어도 AI 리서치 모델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구조는 아니다. 웰스스팟은 지난해 6월 최초의 AI 기반 미 회사채 투자 ETF(GXIG)를 내놓은 데 이어 1년여 만에 한국 관련 ETF가 나오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를 한국에 간접적으로 유치하는 방법으로,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 접근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로라하는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과 경쟁하는 일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AI 시대에는 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얼마나 많은 인력을 보유했는지가 운용사의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고도화된 AI 플랫폼을 갖추고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금융사의 역량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