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 담은 가족극… 온기는 그대로

넷플 ‘초원의 집’ 리부트 시즌 1

현대 시선으로 美 서부 개척 시대 조명
수준 높은 ‘한국어 더빙’ 반가움 더해

거친 노동과 낯선 땅의 위협, 이웃과의 갈등이 공존했던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그럼에도 한 세대가 기억하는 ‘초원의 집’은 믿음과 희망, 가족의 온기로 가득한 세계였다. 로라와 자매들, 강인한 아버지와 현명한 어머니가 살아가던 작은 집. 일요일 아침 텔레비전 앞에서 만났던 그 풍경은 많은 시청자의 어린 시절을 장식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미국 NBC에서 1974년부터 1983년까지 방영한 드라마 ‘초원의 집’은 한국에서도 1970~80년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고전을 다시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새 시리즈가 지난 9일 시즌1을 공개했다.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현대의 시선으로 개척 시대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본다. 시즌1 공개 전 이미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초원의 집’ 속 잉걸스 가족.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초원의 집’은 미국 작가 로라 잉걸스 와일더(1867∼1957)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어린 소녀 로라의 눈으로 1870년대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그린 소설로, 1932년 첫 권 출간 이후 전 세계에서 73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와 가족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은 TV 드라마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미국 개척사의 이면이 재조명되면서 ‘초원의 집’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백인 정착민 가족의 생존과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경험을 주변화한 한계 때문이다.

잉걸스 가족이 정착한 캔자스 지역은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오세이지족의 삶의 터전이었다. 미국 정부의 원주민 강제 이주와 토지 정책이 얽힌 공간이기도 하다. 기존 작품은 개척자의 용기를 강조했지만, 개척이 누군가에게는 상실과 침탈의 경험이었다는 역사적 현실은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넷플릭스판은 바로 이 지점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시즌1은 캔자스주 인디펜던스에 정착한 잉걸스 가족과 그 땅에서 살아가던 오세이지족 사이의 긴장을 주요 갈등으로 삼는다. 원작 소설과 이전 드라마에서는 원주민과 정착민의 관계가 배경처럼 머물렀다면, 넷플릭스판은 아무리 선의를 가진 잉걸스 가족이라 할지라도 결국 원주민의 땅 위에 들어선 식민 개척자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도 있다. 실제 오세이지족 출신 배우 렌 자웨님 고츠가 연기하는 원주민 소녀 ‘굿 이글’이다. 백인 정착민을 경계하던 굿 이글은 로라와 친구가 되며 이야기 속 원주민의 목소리를 더한다. 오세이지어를 사용하는 설정 역시 과거 작품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그렇다고 ‘초원의 집’ 특유의 따뜻함을 잃은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판은 식민주의와 역사적 갈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족 드라마의 정서를 유지한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정갈한 옷차림, 아늑한 오두막, 아이들의 웃음, 가족을 지키려는 가부장의 책임감 등 과거 시리즈를 사랑받게 했던 익숙한 코드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한국 시청자에게는 수준 높은 한국어 더빙도 반가운 요소다. 성우 장민혁(찰스 잉걸스 역), 이미나(캐럴라인 잉걸스 역) 등 정상급 성우들이 1980~90년대 해외 드라마 더빙을 떠올리게 하는 묵직하고 정통적인 톤으로 화면 속 새로운 ‘초원의 집’에 오래된 기억의 결을 더한다. 과거의 따뜻함을 지키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질문을 끌어안은 리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