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고정된 주택 1만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국가 전략사업이다. 한강과 3도심, 교통 중심지를 잇는 이 최적의 입지는 국제 업무, 상업, 문화, 주거 기능을 입체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기업과 자본, 인재가 모일 핵심 거점이다. 이미 작년 말 기반 시설 착공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실행과 예측 가능한 행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때 주택공급 1만호 확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업은 불필요한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그 발표는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국제기업의 지역본부, 첨단산업, 금융·업무를 유치해 서울의 글로벌 위상을 높여야 할 전략 공간이라는 목표를 오래전에 세웠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본연의 계획 목표가 흔들리고, 조성 토지 공급 절차와 후속 일정은 지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과 투자자에게 정책의 일관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이와 같은 대규모 국가 전략사업에서 일정이 지연된다는 것은 토지 공급, 투자 판단, 기업 입주 계획 등 모든 절차가 연쇄적으로 늦춰지고, 지구 전체의 사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설을 낳고 있다. 또한 투자유치는 구호가 아니라 신뢰와 예측 가능한 시간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로써 스스로 글로벌 기업의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주택 1만호가 공급되려면 그것이 본래의 개발 목적에 여전히 부합됨을 아울러 증명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주택 1만호가 공급되면 일자리와 상업·문화의 핵심 거점이어야 할 국제업무지구가 주거와 업무가 거의 동등한 복합지구로 변하고 만다. 주거 비율이 전체의 50%까지 높아지고 인구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주차 수요와 교통량도 증가하며 1인당 녹지 면적은 크게 줄어든다. 더구나 이미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계획 등이 짜여 있다.

무엇보다 애초 계획된 6000호에 다시 공급 물량을 추가하려면 교육청이 요구하는 학교용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국토부는 6월쯤 학교용지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였으나 아직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주택 1만호라는 물량뿐이다.

주택공급은 다른 대안으로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용산의 이 땅에는 고유한 가치와 역할이 따로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주택 1만호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도심 내 주택난을 해결하고 직주근접형 공급을 우선 확대하는 유휴 국·공유지만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국토부는 고정된 주택 수에 얽매이기보다 학교용지 확보, 조성 토지 공급 일정 정상화 등을 충실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국가 도약의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소의 직장·주거를 혼합한 국제업무중심이라는 도시 비전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할 때이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