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모든 밖에는 비가

소후에

창밖에 비가 내린다

세차게 쾅 닫은 기억 밖에도

 

비가 내리면

나는 잘못을 생각하게 돼

 

가령, 비닐봉지 안에 죽은 거북이를 담아

몇 날 며칠 베란다 바닥에 방치한 일 같은

 

빗물에 잘못을 내던진다

 

투명한 국수 가락을 건져올리던 손으로, 누렇게 부패된 배딱지를 콕콕 눌러보던 그 손으로,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그런다고 죽음이 뒤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손바닥을 펴 차양을 만든다고 기도일 리 없는데, 더는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손등 위로 쏟아지는 검은 빗금들

 

(하략)

 거센 더위 그 사이사이 비. 여름비는 유독 마음을 눅눅하게 만든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창밖은 빗물로 흥건하다. 도시의 자동차들은 미끄러지듯 위태롭게 달린다. 막무가내로 들이치는 비의 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면 깊숙이 묻힌 기억들이 속속 쓸려 나오기도 한다. 무심코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 같은 것. 그보다 더 무거운, 억수장마로도 씻을 수 없는 죄 같은 것. 나도 언젠가 죽어버린 이야기를 몇 날 며칠 찬 바닥에 방치한 적이 있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릴수록 비의 추궁은 날카로워진다. 창을 닫으려 뻗은 손등 위로 “검은 빗금들”이 쏟아진다. 나는 자연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기도하듯 자세를 가다듬는다. 시 속 사람처럼, 이 우기(雨期)를 뉘우침의 시간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마음은 더 눅눅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도 알지 못하는 말간 얼굴이 아니라 무시로 쏟아지는 검은 빗금들을 응시하며 한껏 젖은 얼굴이기를 바란다. 모든 밖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아는 얼굴이기를.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