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수요 억제에 쏠린 집값 대책 성난 부동산 민심에 ‘2030’도 외면 뒤늦은 국민 토론회 요식행위 안 돼 공급 막는 반시장 규제부터 풀어야
‘6·3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해석은 각양각색이다. 숫자로만 보면 여당이 압승이지만, 실제는 여야 누구도 승리를 언급하기 힘든 애매한 결과로 나타났다.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장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원픽’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열세를 딛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당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민이 집값을 띄워줄 사람을 선택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기 집값이 오르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렇더라도 정책 실패 책임을 개인의 욕망으로 희화화시키는 단견(短見)일 뿐이다. 집값 급등이 불러온 주거 불안에 “누가 집값을 올려달라고 했냐”는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 민심’이 당락을 가른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경기 남부 8개 기초단체 가운데 성남·용인·하남·과천·의왕 5곳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8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가 59.3%에 달했다. 20대의 부정평가는 70.7%로 압도적이다. 30대 역시 부정평가 66.4%, 긍정평가 27.7%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조사(6월 3일∼7월 2일) 조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가 46%로 긍정평가 26%를 압도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정책은 정반대다. 수요를 억눌러 ‘가격’을 내리는 데만 급급해한다. 정부가 시장을 꺾겠다고 나서는 순간 시장은 잠시 움츠러든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서울, 수도권 등에서 전고점을 돌파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동탄 등으로 규제지역이 넓어지면서 풍선효과까지 생겨난다. ‘대한민국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만들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갭투자와 추격 매수를 막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지만, 뒷북처방이다. 세금과 대출, 거래 규제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매물 잠김, 증여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이 왜곡된다. 공급이 그대로인데 거래를 줄여 집값을 잡겠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주거 안정’이라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세제와 금융 등 균형감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다만,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해야 한다. 올해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 치 평균보다 43% 적다. 서울은 무려 56%나 감소했을 정도로 심각하다. 9·7 대책에 담긴 135만호 공급은 하세월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 사업이 가장 쉬운 해법임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정부는 주저한다. 서울에 새 아파트가 늘면 집값을 자극하고, 투기꾼들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반시장 규제가 버티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를 ‘마귀’에 빗대 악마화하며 시장에 억지로 매물을 끌어내려 해도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민간의 전세 물량이 잠기면서 서민 주거 사다리까지 막아버렸다. 젊은층의 ‘분노’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국가 정책이 실패하는 건 ‘체스판의 오류’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정치 몽상가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꼽았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사회 구성원을 체스판의 말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에서 나온 정책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오늘부터 나흘간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를 필두로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연다.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던 정부가 느닷없이 국민 의견을 묻겠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규제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요식행위가 아니길 바란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책협의는커녕 오히려 여당 내에서 지자체의 도시정비 사업 권한을 국토부 장관이 가져오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부터 자가당착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의 순기능부터 살려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