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5차례 교섭 합의점 못 찾아 임금협상·정년연장 등 평행선 대치 파업 인한 매출 손실 2000억 추정 기아·한국GM 등도 총력투쟁 양상
현대차 ‘완전월급제’ 공동 연구용역 사측 “아직 논의 단계” 도입에 신중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노사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기아·르노코리아·한국GM 노조도 투쟁 수위를 높이며 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부터 15일까지 2개 근무조가 각각 하루 2시간씩 생산을 중단하는 부분파업에 나선다. 올해 들어 첫 파업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으로, 생산라인 기준 사흘간 총 12시간의 가동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 6일부터 평일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도 거부하고 있다. 15일에는 상급노동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이 공장 오전조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5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는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을 3차 협상안으로 내놨지만,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현 75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두고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수년째 국민연금 수급시기에 맞춰 최장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자고 요구한다. 현대차의 정년은 만 60세지만 ‘숙련 재고용’ 제도에 따라 61세부터 정규직이 아닌 촉탁계약직 신분으로 1년 더 근무한다.
이번 부분파업에 따른 매출 손실은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16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을 당시 약 7000대의 생산 차질과 3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5000대 안팎의 생산 차질과 2000억원을 웃도는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모듈·부품사 14개 지회도 15일 총 8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하면서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신차 출시로 판매 반등을 노리던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노사는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완전 월급제’와 관련해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사는 앞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간 뒤 2027년 단체교섭에서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식을 협의할 예정이다. 완전 월급제는 근로시간 변동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향후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 등 생산 현장 자동화로 인한 연봉 감소 우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향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잔업·특근 등을 대체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측은 “아직 논의 단계일 뿐”이라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도 월급 수준과 고정비 부담을 둘러싼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 노사 협상이 협력업체와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의 하반기 생산은 물론, 향후 제조업 노사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통상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 결과가 업계 전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발 긴장감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 기아 노조는 지난 9일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투쟁 수위를 높였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 8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한국GM 노조는 이날부터 조기출근·잔류작업 중지와 잔업·특근 거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