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합류하면서 당권 경쟁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정 전 대표는 당대표직을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상향식 공천과 범민주진보 진영의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전 대표와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송영길·고민정 의원과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가세하면서 5파전 구도가 짜였다. 다음 주 예비경선에서 본선행 3명을 가리는 첫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선호투표제와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지도부가 16일 후보 등록 전까지 경선 규칙을 확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鄭 “대선 승리 기획자”… 상향식 공천
정 전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저는 당대표직을 사용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대선 승리의 기획자가 되겠다”고 했다. 당대표직을 차기 대권 도전의 지렛대로 삼기보다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이끄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당대표는 2년 뒤 치러질 23대 총선의 공천권을 쥔다. 총선 공천권이 전당대회 계파 갈등의 핵심 배경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정 전 대표는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다. 그는 “계파 보스에 줄 서지 않아도 되는 당원들의 상향식 민주적 경선으로 공천 후보를 확정하겠다”며 “특별히 호남은 개혁 공천을 강화하겠다. 총선 인재 영입은 외부 인사 50%, 내부 발탁 인사 50%로 하겠다”고 했다.
당대표 재임 당시 불거졌던 이재명 대통령과의 갈등, 이른바 ‘명청 대전’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과의 신뢰도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두고 봐 달라. 이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며 “저는 일편단심 민주당 바보다.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난 바 없다”고 했다. 민주당 무탈당 경력을 부각하며 탈당 전력이 있는 김 전 총리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범민주진보의 통합과 연대를 추진하고 완성하겠다. 필요하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을 당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구상으로, ‘흡수합당만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김 전 총리와 대비된다.
◆5파전 막 올라… 본선행 3장 놓고 경쟁
정 전 대표 출마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김 전 총리, 송·고 의원 현역의원 4명과 김 전 의장이 참여한 5파전으로 출발했다.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 송 의원은 이른바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세대다. 고 의원은 40대, 김 전 의장은 30대 여성 후보다.
다수 후보가 나서면서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21일쯤 예비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해 본선에 진출할 3명을 가린다. 전 당원 1인 1표가 적용되는 본선보다 중앙위원과 당내 조직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어 후보별 조직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후보 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은 이날 경기 성남에서 열린 전국시도당 노인위원회 워크숍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송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사 1년 만에 집권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싸우는 ‘명청 대전’이 언론 1면에 나오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라며 “정말 도저히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뒤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김 전 총리는 “송 의원과 마음도 똑같고 하고 싶은 말씀과 드리고 싶은 말씀도 ‘이하동문’”이라고 화답했다. 김 전 총리는 앞서 친석(친김민석)계 강득구 의원의 지역구인 안양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는 “올바른 노선과 리더십으로 당대표를 교체하지 못하면 우리 당과 대통령, 정부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간 대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선호투표제 논란은 이날 공개적인 공방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각각 “선수는 룰을 탓하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경선 방식에 대한 특정 선호를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