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바닥난 홈플러스 全매장 휴업… 사실상 폐업 수순

20일까지 2000억원 확보 힘들 듯
열쇠 쥔 MBK·메리츠 책임 공방만
이르면 이번주중 파산 신청 전망
대량 실직·협력사 줄도산 불가피
노조 “정부·국회 방관 말라” 촉구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중단했다.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대립으로 최소 2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사실상 무산돼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와 관계사 직원 수만명의 대량 실직과 협력·입점업체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트로 막힌 매장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힌 13일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가 카트들로 막혀 있고 매장도 적막한 모습이다.   이제원 선임기자

홈플러스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 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이상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며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이날부터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상황과 법원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고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몰 부문(입접업체)은 입점주들이 원하는 경우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지점 앞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의 호소문이 적혀있다. 정부는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천100만원 체불 임금 대지급금을 신속히 지급하기로 했다. 긴급 생계 안정을 위해 1인당 1천만원 한도로 연 1.5%의 저금리 생계비 융자도 지원한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경영진은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회생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비록 회사 자체적으로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입장문을 내고 “MBK와 사측은 전 매장 임시휴업이란 파국적 결정을 또다시 노조와 직원들에게 한마디 공지도 없이 기습 통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실행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2000억원의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항고 기한까지 운영자금 확보 방안을 제출하면 회생절차 연장이 재고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대형마트 점포 수를 126개에서 67개로 줄이고 슈퍼마켓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으나 회생계획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다.

 

2000억원 조달의 열쇠를 쥔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네 탓’ 공방만 하고, 새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희박하면서 홈플러스가 이르면 금주 중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 점포 휴점에 대한 마트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상화 대책 마련 및 사모펀드 규제 법안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생절차 종료 전 파산 신청이 이뤄지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경우에는 견련파산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견련파산은 회생절차가 중단된 기업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와 동시에 기업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는 제도다. 견련파산이 이뤄질 경우 회생절차 중 발생한 공익채권의 우선순위가 그대로 인정된다. 반면 항고기간이 지나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된 뒤 일반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공익채권의 법적 지위와 변제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 납품대금과 체불임금 등이다. 위메프 등 유통기업의 파산 과정에서도 법원이 공익채권자 보호를 위해 견련파산 절차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홈플러스가 최종 파산하면 임직원 1만2000여명을 비롯해 4600여개 협력업체와 8000여개 입점업체 종사자 수만명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홈플러스 전신인 까르푸 시절부터 20년 넘게 생활용품 등을 납품했다는 한 협력업체 대표 A씨는 “MBK가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제품 개발과 투자에는 뒷전인 채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춘 경영이 이 사태를 초래했고, 그 피해는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성토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5일 MBK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안수용 지부장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실질적 대주주로서 홈플러스 회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며 “정부와 국회도 방관하지 말고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