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23) 사건의 2차 공판이 열린 13일 광주지법. 재판장인 이정호 형사13부 부장판사가 “강간 목적을 포함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는 변호인 의견과 동일하냐”고 묻자 피고인석 장윤기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 5월5일 사건 당일 경찰에 체포된 이후 검찰 보완수사를 거쳐 2차 공판에 이르기까지 장윤기가 ‘강간 목적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윤기는 그간 “자살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려가려 했다”며 성범죄 목적의 범행을 부인해 왔다.
장윤기가 강간 살인을 인정한 데는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화질이 개선된 사건 현장 주변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이 영향을 미쳤다. 장윤기는 변호인과 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성범죄 목적의 범행을 인정하는 의견서를 10일 법원에 냈다. 블랙박스 영상엔 장윤기가 자신의 차량 뒷문을 열어 놓은 채 뒤에서 팔로 피해자인 여고생의 목을 졸라 제압한 후 차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 담겼다.
검찰은 5월3일부터 여고생을 살해하기까지 이틀간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차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 장윤기 휴대전화에서 분석된 전자정보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장윤기가 범행 이후 태연히 무인 세탁방에 들러 피해자 혈흔이 묻은 외투를 빨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뒤 계산하는 모습이 촬영된 영상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장윤기의 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 일부 증거물에 대한 조사는 잔혹한 내용, 피해자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케이블타이(결박 도구)가 확인된 장윤기 차량의 현장 감식 영상과 자취방 내 훼손된 형태로 발견된 ‘리얼돌’의 과학수사 보고서 등을 추가 증거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재판에선 살인미수 피해 남학생과 여고생 유족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김문석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장윤기가 범행 목적을 인정한 의도는 반성의 태도를 갖춤으로써 양형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추가 증거가 드러나고 주변인까지 수사가 확대된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장윤기가 법원에 낸 반성문의 일부 내용도 공개했다. 장윤기는 반성문에서 “뒷생각 없이 무책임한 생각으로 피해자를 해쳤다”, “그로 인해 수많은 분께 영향을 미치고 당연했던 일상의 한 조각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달 27일 오전 10시 3차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법원 앞에서 시민단체가 마련한 집회에서 피해 여고생 어머니는 “증거와 유품 처리, 부실 수사 및 은폐 의혹 등을 성역 없이 규명하고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광주경찰청 형사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등 수사 관계자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