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尹 방어권 권고안 폐기’ 상정 보류

보수·진보 위원 2시간30분 격론
안창호 위원장 “다음 회의서 논의”

지난해 의결한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폐기 안건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위원들 간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13일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 비상임위원 등 5명이 공동 발의한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을 논의했다. 해당 인권위원들은 10일 안건을 발의했는데, 안 위원장은 회의 시작 직전에야 안건 접수를 결재했다.

보수 성향 위원들은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이미 집행된 결정을 번복하는 건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상정 자체를 반대했다.



한석훈 비상임위원은 “해당 안건 결정은 이미 적법하게 이뤄졌고, 권고나 의견 표명이 반영돼 집행까지 종료됐다. 효력이 소급해 상실될 수 없다.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강정혜 비상임위원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동일 사안에 대한 재판과 심리를 다시 하는 건 법적 안정성과 신뢰를 거스른다”고 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이숙진 상임위원은 “안건을 잘못 의결한 것이 인권위원이니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인권위원”이라고 주장했고, 조숙현 비상임위원도 “헌법재판소 등에 다시 의견 표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이 결정이 인권위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쳤는지 평가하고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원들은 약 2시간30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상정은 하겠다”면서도 “사안이 중대하고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오늘은 상정하지 않고 다음에 하겠다”고 상정을 보류했고, 이숙진·오영근·오완호·조숙현·소라미·김민문정 위원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2월10일 안 위원장 등 6명 위원의 찬성(반대 4명)으로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을 의결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탄핵 심판과 수사 과정 등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만 강조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