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사자두·천혜보양식 전가복 조리 타이밍과 식재료 익힌 방식 중요 진심 전해졌는지 간판 메뉴로 자리매김
사람들은 흔히 셰프에게 언제부터 요리를 꿈꿨냐고 묻는다. 하지만 모든 셰프가 꿈을 좇아 주방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요리는 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담소룡 강남동보성 셰프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의 인생은 화려한 시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생계를 위해 선택했던 일이 어느덧 평생을 함께하는 직업이 되었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맛을 만들어 왔다.
담소룡 셰프
담 셰프는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했고, 식당은 학교이자 놀이터 그리고 삶을 배우는 공간이 되었다. 또래 친구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추억을 쌓을 때 그는 배달을 하고, 양파를 까고, 설거지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주방에서는 면을 뽑고 칼을 잡는 법을 익혔고, 시간이 흐르면서 식재료를 다루는 감각과 불을 다루는 감각 역시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는 학창 시절 대부분을 주방에서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진 10년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고된 노동이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셰프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탄탄한 기본기를 쌓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대학 진학도 고민했다. 하지만 어린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 앞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그렇게 1998년 서울로 올라와 압구정 만다린을 시작으로 서울팔레스호텔과 서울힐튼호텔 등 다양한 주방을 경험하며 본격적으로 중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혀온 기본기가 있었기에 성장 속도는 빨랐다. 또래보다 빠르게 승진했고, 다양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험하면서 중식이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도 얼마나 넓은 세계가 존재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호텔 주방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손끝이 모여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는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조리 기술뿐 아니라 팀워크와 책임감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자세까지 함께 익혀 나갔다.
담 셰프에게 특별한 멘토가 있는지 묻자 잠시 생각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멘토는 제 삶입니다. 슬퍼도 웃고, 행복해도 웃고, 힘들어도 웃었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버텨낸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웃으며 넘기려고 노력한다. 웃음은 현실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서울 선릉의 강남동보성에서 총괄 셰프로 주방을 이끌고 있다. 1975년 문을 연 동보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사랑받아 온 중식당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외식 문화도 달라지고 고객의 취향도 변했지만, 동보성은 기본을 지키는 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담 셰프는 그 전통을 이어 가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를 함께 고민한다. 전통은 지키되 머무르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동보성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한다.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맛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고 싶은 한 접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진심’이다. 요리는 손으로 만들지만 결국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와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손님을 향한 마음이 없다면 음식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같은 메뉴를 만들더라도 처음 만드는 것처럼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동보성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인 사자두는 이런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다. 사자두는 흔히 중식 만두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손이 매우 많이 가는 메뉴다. 반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발효 상태를 맞추고, 일정한 크기로 나눈 뒤 하나하나 모양을 잡아야 한다. 이후 부드럽게 쪄낸 다음 다시 고온의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내야 비로소 사자두 특유의 식감이 완성된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놀라울 정도로 폭신하고 부드럽다. 여기에 다진 고기를 중심으로 여러 재료를 균형 있게 배합한 소를 채워 넣으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진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튀김의 고소함과 만두의 부드러움 그리고 육즙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식감은 사자두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자두
담 셰프는 사자두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반죽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찌는 시간과 튀기는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야만 원하는 식감이 나온다. 조금만 서둘러도 결과는 달라진다. 오랜 경험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자두는 오랜 단골들이 가장 먼저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는 동보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한 접시이며, 수십 년째 찾아오는 단골들에게는 변함없는 맛으로 기억되는 음식이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인 전가복은 동보성이 오랜 시간 쌓아온 중식의 깊이를 보여주는 요리다. 전가복은 예로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연회 요리로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온갖 복이 한 그릇에 담긴다’는 의미를 품고 있으며, 다양한 최고급 식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중식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동보성의 전가복에는 전복과 해삼, 관자, 새우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가 사용된다. 각각의 식재료는 익는 속도와 식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조리하지 않는다. 재료마다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어낸 뒤 마지막 순간 하나의 그릇 안에서 완성한다.
전가복
특히 담 셰프는 전가복의 핵심은 소스라고 강조한다.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를 바탕으로 여러 재료의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하며, 어느 하나의 맛이 튀지 않고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좋은 전가복이 된다는 것이다. 전가복은 화려한 식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얼마나 살리느냐 그리고 그 맛을 하나의 그릇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담 셰프는 전가복을 만들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맛을 확인하며 마지막 균형을 맞춘다.
그는 좋은 요리는 결국 균형이라고 말한다.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식재료의 상태, 간의 농도, 마지막 한 숟갈의 육수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런 작은 차이가 손님에게는 큰 감동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앞으로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후배 셰프를 양성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며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오너 셰프로 새로운 도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혼자 잘하는 셰프보다 함께 성장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는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켜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책임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