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추진 중인 ‘국립의과대학 신설안’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지역 대학 간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립순천대학교가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서부권(목포)에 집중 배치하려는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던 통합의대 신설 자체가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순천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전날 밤 대학 구성원 일동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전남·광주의 상생 발전과 도민 생명권 보장을 위해 의대 신설 논의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해 왔으나, 지난 2일 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국립의대 신설 및 지원방안’은 심각하게 편향돼 있다”며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학 측은 지난 2일부터 교수평의회, 직원연합회, 총학생회, 총동창회를 비롯해 지역 의료계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 현재의 지자체 안(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순천대는 이번 신설안의 가장 큰 문제로 서부권의 ‘의료·교육 독점적 구조’를 꼽았다. 대학 측은 “현재 제안대로라면 목포는 거점대학 수준의 본부와 의대, 대학병원을 모두 갖춘 완결형 의료·교육 도시가 되는 반면, 순천은 의대 없는 대학병원과 목포에 본부를 둔 캠퍼스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본부와 의대는 예산과 인사,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대학의 심장”이라며 “본부가 없는 캠퍼스 대학이 위상을 잃고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는 이미 수많은 국립대 통합 과정에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지역 균형발전 원칙 위배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순천대는 “이미 주요 행정기관은 광주·무안·나주에, 4년제 대학은 서부권에 집중돼 있다”며 “여기에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삼성·SK 등 약 800조원 규모의 미래산업 투자마저 서부권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대학본부와 의대까지 목포로 가면 84만 인구의 동부권은 철저히 소외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동·서부 간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통합특별시의 기본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순천대는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순천에 배치하고, 대학병원을 단계적으로 설립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공식 요구했다.
아울러 기획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7월 13일 회신 시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순천대는 “소재지와 권한 배분은 정치적 압박이나 시한에 쫓겨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인구 규모, 의료 수요, 재정 타당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순천대 관계자는 “국립대학의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대학 구성원과 동부권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의대와 병원을 균형 있게 갖춘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