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막힌 뱃길, 드론이 뚫었다…닷새간 고립된 제주 가파도 환자에 긴급 의약품 배송

기상악화로 선박·헬기 운항 중단…119 접수 드론 긴급 투입
제주도 드론 배송 시스템 섬 지역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

강풍으로 배와 헬기가 모두 묶인 섬에서 지병으로 약이 떨어진 관광객에게 드론이 긴급 의약품을 실어 날라 생명을 구했다. 드론의 빛나는 활약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에 머물던 60대 여성 관광객이 지병으로 급히 복용해야 할 필수 의약품이 고갈되면서 시작됐다.

 

14일 제주도와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 7분쯤 신고를 접수한 119종합상황실은 헬기와 함정 등 가용 응급 이송 수단의 운항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기상 여건 탓에 모두 불가능했다. 환자는 강풍·풍랑특보로 닷새간 섬에 고립된 상태였다. 15일까지 특보가 예보돼 있었다. 그야말로 섬에서 고립무원이었다.

 

13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에 긴급의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모습. 제주도 제공

상황실은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에 연락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영상통화로 응급처치를 도왔다. 환자의 혈압과 당뇨를 확인한 결과 기력 저하가 나타나자 의료기관과 협력해 긴급 의약품을 확보한 뒤 제주도에 드론 배송을 요청했다.

 

당시 가파도에는 초속 10m의 돌풍이 불었다. 정기 배송일이 아니어서 드론 운용 인력도 없었다. 제주도는 119종합상황실의 연락을 받고 긴급성을 판단해 드론 컨소시엄에 긴급 배송 가능 여부를 요청하고 베테랑 조종전문관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대정읍 상모리 드론배송센터에 도착한 합동 대응 인력은 현장 기상을 면밀히 점검한 뒤 오후 4시 55분쯤 긴급 의약품을 실은 드론을 가파도로 띄웠다.

 

초속 8~9m 강풍에 드론이 기울어지는 악조건에서도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으로 항로를 유지했다. 10여 분 만에 가파도에 무사히 착륙해 대기하던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원에게 의약품을 안전하게 전달했다.

 

1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에 긴급의약품으로 드론으로 배송하는 모습. 제주도 제공

이번 대응은 올해 4월부터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옥상에 드론 착륙장을 마련하고 가파보건진료소를 잇는 항로에서 의료소모품 전달과 폐의약품 수거 등 훈련과 배송을 반복해 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평상시 쌓은 운용 역량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임무 수행으로 이어졌다.

 

기상악화로 일반적인 응급 이송 수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환자 상태를 지속해서 관리하고 관계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응급 상황을 예방했다.

 

김남진 도 혁신산업국장은 “드론 배송은 편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배와 헬기가 모두 끊긴 이번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약을 전할 사실상 유일한 통로였다”며 “재난과 의료 위기 상황에서 드론이 시간을 다투는 이송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진수 도 소방안전본부장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배가 끊기는 섬 지역에서도 응급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