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이하’ 서울 아파트, 1년 새 19만 채 증발

대출규제 역풍에 중저가 단지 품귀… 관악·성북 등 ‘15억 선’으로 가격 키맞추기 관측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6·27 대출규제 이후 약 1년 동안 서울 내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19만 채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가장 많이 감소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146만9011채 중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59.7%(87만7515채)로 집계됐다. 지난해 6·27 대출규제 당시 전체의 68.8%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18만6826채가 감소한 셈이다. 조사 대상은 서울 아파트 중 50채 미만 단지와 임대주택을 제외한 거래 가능 물량 전체다.

 

◆ 9억 이하 중저가 직격탄... 15억 초과 고가 단지는 비중 증가

 

감소세는 서민층과 젊은 세대가 주로 찾는 9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기존 24.9%에서 19.4%로 가장 크게 줄었다. 6억 원 이하 아파트 역시 14.9%에서 12.1%로 축소됐다.

 

반면 고가 아파트 비중은 눈에 띄게 늘어난 양상이다. 같은 기간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아파트는 17.6%에서 23.5%로 증가했다. 25억 원 초과 단지 역시 13.6%에서 16.8%로 비중이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대 상향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 규제선 맞춰 가격 수렴... 관악·성북 ‘키 맞추기’ 뚜렷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신규 공급 부족과 맞물리며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하자,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주택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27 규제 당시 14억6329만 원에서 최근 16억7969만 원으로 2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강서구가 10억9489만 원, 동대문구가 11억2831만 원을 기록하며 10억 원을 돌파했다. 성북구(9억8355만 원)와 관악구(9억7568만 원)도 10억 원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 상한선에 맞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키 맞추기’ 현상도 포착된다. 관악구의 경우 9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기존 64.3%에서 43.7%로 급감한 반면, 9억~15억 원 비중은 35.5%에서 56.1%로 늘었다. 성북구 역시 9억~15억 원 비중이 57.2%까지 치솟으며 대출 가능 한도 꽉 찬 가격대로 매물이 수렴하는 경향이 관측됐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3.58%로,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 대신 꾸준한 신축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