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수단의 하나인 시내버스 내 라디오 볼륨에 관한 민원이 최근 수도권 버스업계에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음량이나 특정 성향의 방송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버스 업체가 운전기사들에게 엄중 주의를 약속하는 사이 관계 당국은 일률적인 금지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버스가 기사의 노동 공간인지 승객의 이용 공간인지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공용 공간의 이슈로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1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5월 A씨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이 운행 중 라디오를 틀어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며 “기사들의 라디오 청취 금지 규칙이나 조례를 만들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시내버스는 기사의 자가용이 아니다”라며 “승객들이 기사의 취향에 맞춰 강제로 방송을 듣는 것은 고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기사는 ‘라디오를 꺼달라’는 요청에 험한 말로 대응하기도 했다”며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조례 제정보다 상위 법령의 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버스 운전자의 운행 중 라디오 청취를 조례로 제한하려면 상위법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관련 근거가 명시되어야 법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의회는 “버스의 안전 운행과 승객 배려를 위해 운행 중 라디오를 끄거나 음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운전자 교육 강화를 서울시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반 차량에서도 허용되는 라디오 청취를 현행 법령상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도하게 큰 음량을 송출하거나 시민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방송을 장시간 틀어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적정 음량 유지와 승객 배려 운행을 각 운수회사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하겠다”고 답변에서 전했다.
시내버스 안 라디오 소리를 둘러싼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시의회에는 2024년 10월에도 ‘시내버스에서 기사의 라디오 틀기 금지법안 제안’이라는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해당 민원은 현재 답변이 완료된 상태지만 비공개로 전환되어 있어 구체적인 접수 내용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수도권 교통망의 한 축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에도 올해 들어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여러 건 제기됐다.
승객들은 ‘일부 기사들이 라디오를 너무 크게 틀고 운전한다’, ‘개인의 정치 성향이 담긴 방송을 온 승객에게 강요해도 되느냐’, ‘출근 시간에는 잠을 청하는 승객도 많은데 음량이 과도하다’ 등의 불편을 호소했다. 한 승객은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에 기사가 오히려 ‘귀에 거슬리냐’며 핀잔을 주듯 되물었다는 경험담을 올리기도 했다.
민원에 버스 업체들은 조합을 통해 대체로 ‘해당 기사를 대상으로 엄중한 개별 교육을 실시하겠다’거나 ‘고객의 소중한 의견을 거울삼아 향후 동일한 불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 임직원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두고 버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장의 현실적인 운행 환경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시간 단조로운 노선을 홀로 운행해야 하는 기사들에게 라디오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피로를 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자 최소한의 근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 불친절하거나 무리하게 볼륨을 높여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태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며 “라디오 청취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승객과 기사가 서로 양보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적정 음량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