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장관’이란 용어가 있다. 통상 지방 관청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선 광역자치단체장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특별시 및 광역시의 시장과 도지사(道知事)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을 묶어 ‘시·도지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2017∼2022년 재임)은 ‘지방 분권 확대’라는 명분 아래 대통령과 지방 장관들, 그러니까 전국 시·도지사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는 ‘제2국무회의’를 도입했다. 중앙 정부 장관들이 모여 여는 회의 명칭이 국무회의라는 데에 착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문재인정부 임기 만료 후 제2국무회의는 사실상 사문화한 느낌이다.
서울시장은 1972년 이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대통령의 집무실인 청와대를 비롯해 중앙 정부 부처들 대부분이 위치한 수도 서울을 관장하는 행정 책임자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서울시장이 시·도지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 부처의 장관과 동급의 예우를 받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5년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 조순(2022년 별세)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당정청 일각에선 ‘민선 시장인데다 야당 정치인인 조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YS가 직접 나서 서울시장은 예전처럼 국무회의에 계속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26년 들어 한국 행정 구역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986년 전남 광주가 직할시(현 광역시)로 승격하며 분리된 전남과 광주가 40년 만에 통합한 것이다. 이른바 ‘전남광주특별시’다. 인구가 300만명이 훨씬 넘는 전남광주의 시장은 서울시장과 동등하게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해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도 고쳤다. 서울시장은 물론 전남광주시장도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시·도지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 배석이란 ‘특권’을 누린 서울시장 입장에선 이 같은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이 6·3 지방선거 후 처음으로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함께했다. 오 시장은 앞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에게 부동산 민심을 전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간단하게 인사 한마디 하시라”고 권했다. 그런데 오 시장이 “서울시 주택 행정과 관련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말을 꺼내자 이 대통령은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라”고 제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국무회의 도중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는 상황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이럴 거면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왜 국무회의 규정에 명시했는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