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험생·학부모 65% “사관학교 통합 일방적”… 31% “지원 포기”

세계일보·종로학원 설문조사

10명 중 4명 “원점 재검토해야”
‘보완 필요성’ 응답도 39% 달해
군 안팎서도 전문성 저하 우려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입시 수요자인 고교 수험생과 학부모 10명 중 6명가량은 이 정책이 현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변화 시 아예 지원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많아 입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서도 각 군의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에 나선 가운데 3군 총동창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4일 종로학원이 세계일보 의뢰로 고등학교 수험생 및 학부모 430명을 대상으로 10∼13일 설문조사한 결과, 국방부의 통합사관학교 정책이 사전 논의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다는 부정 응답이 64.7%에 달했다. ‘매우 일방적’은 40.5%, ‘다소 일방적’은 24.2%였다. 반면 ‘대체로 소통하고 있다’는 6.5%, ‘매우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는 2.8%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1·2학년을 통합 교육하고, 3·4학년부터 군별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2+2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방 설립 원칙’에 따른 육사 이전 문제와 통합 선발 방식 등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입시 수요자들 가운데도 정책의 전면 재검토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41.4%는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39.1%는 “여론 수렴과 유예 기간을 두고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80% 이상이 수정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국방부 계획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6.5%에 그쳤다.

최대 쟁점인 3학년 진급 시점 시 군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선 60.9%가 “성적 경쟁이나 쿼터 제한 등으로 원치 않는 군에 배정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답해, “원하는 군을 신중히 선택할 수 있어 긍정적”(23.3%)이라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통합사관학교 도입 기대효과로 거론되는 ‘합동작전 수행 능력 향상’ 및 ‘교육 효율성 제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42.3%)이 동의한다(27%)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이러한 우려는 사관학교 지원 의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 시 사관학교 지원 의향 변화를 묻는 질문에 “지원을 주저하거나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다. 지원을 꺼리는 주된 요인으로는 “통합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군내 위상 및 전문성 저하 우려”(47.7%), “입학 시점에 특정 군을 확정 지을 수 없다는 불확실성”(32.3%) 등이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 진학 단계에서부터 조기 진로를 결정하고 군의 특수성을 보고 지원하는 사관학교의 특성상, 통합 선발은 오히려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원하는 군에 가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방 전문가들도 이번 통합안이 각 군의 전문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군 장교 양성 체계 전반에 대한 선행 검토 역시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도 저도 아닌 얼치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생도 수가 가장 많은 육군 위주로 교육이 쏠릴 수밖에 없고, 학군·학사 등 장교 양성 경로가 다양한 상황에서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군 전체의 합동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소장은 “각 군별 필요한 장교 수와 교육·경력 방식 등 장교 양성체계를 먼저 검토한 뒤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런 진단 없이 통합부터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다. 구체적인 교육 과정과 군 배정 방식 등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조기에 공개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