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결혼한 박건희(29)씨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식에 주말마다 들렀다. 박씨는 “관심 있는 예식장 근처에서 주말 약속을 잡거나 약속 장소 인근에 있는 예식장에 들러 결혼식을 봤다”며 “남의 결혼식이라 괜히 미안해 신부대기실 위치나 꽃 구성, 테이블 배치 등 분위기만 보고 금방 나왔다”고 전했다.
‘굳이 남의 잔치에라도 가봐야 하나’ 고민 끝에 몇 주 동안 주말에 시간을 내 ‘암행투어’를 다닌 박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암행투어에서 확인해야 할 요소를 정리한 체크리스트도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몰래 결혼식을 도는 암행투어는 박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14일 SNS에는 한 이용자가 “축의 명단에 모르는 사람 이름이 있었는데 2만원을 내고 식권을 받아갔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결혼서비스 가격 투명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웨딩 ‘갑질’(불공정요구) 근절, ‘깜깜이 스드메’ 견적 투명화”를 대통령선거 ‘9대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했다. 결혼준비대행업체와 예식장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선택 품목 가격과 위약금 등을 의무 공개하도록 했다. 방식은 업체들이 한국소비자원 가격 공개 서비스 ‘참가격’에 보고하거나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예비부부가 일일이 가격을 알아봐야 하고, 당일 계약과 추가금 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5월11일 계도 기간이 종료돼 과태료 부과가 시작됐음에도 전체 약 1500개 결혼서비스업체 중 ‘참가격’에 등록된 업체는 250곳(16.7%)으로 사실상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곳이 83.3%에 달했다. 10곳 중 8곳은 아직도 가격 공개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에서 이달 기준 과태료를 부과한 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식장을 돌아다니면서 표지도 보고 가격을 공개하라고 알리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전체를 소비자에게 알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업체들이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경고를 먼저 고지하고도 시정이 안 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똑똑해진 것”이라면서도 “암행투어 역시 업체 측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정위가 업체 몇 곳만 둘러보는 것은 변화의 의지를 가진 업무 처리로 보이지 않는다”며 “소비자 피해 신고 센터 등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접수하고 피해가 반복되는 업체들에 조사와 일벌백계를 해야 관행이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