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非아파트 규제 풀어 공급” “닥공보다 비싼 집값이 문제”

정부 ‘부동산 토론회’ 첫날
공급대책 실효성 높일 의견 개진
“다세대 층수·연면적 기준 완화를”
“대출규제·고분양가 정비사업 지연”
수도권 토허제 전면 재검토 요구도
김윤덕 국토장관 “정책에 잘 반영”

14일 열린 첫 부동산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은 신속한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규제 정비 필요성과 함께 금융과 세제 등 다양한 지원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윤덕 장관 등 국토교통부 측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라며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도록 토론회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주거 불안의 당사자인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부족한 토론회였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을, 올해 1·29 대책으로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 6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매입임대 9만가구와 비아파트 4만1000가구 공급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 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의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며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입주와 같은 식으로 순환하듯 돌아야 하는데 지금은 착공 과정에서 상당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파이프라인 복원을 위해 금융과 세제 지원, 정비사업 활성화, 건축 규제 유연화, 임대주택 공급 주체와 방식에 관한 고민,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아파트 재건축·재개발뿐 아니라 비아파트 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아파트 공급 위축은 건축 규제, 대출, 세금, 전세사기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층수 및 연면적 제한 완화, 대출 규제 손질 등을 주문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의 건축 기준 개편 필요성도 거론됐다. 현행 다세대주택은 주택으로 쓰는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 층수가 4개 층 이하로 제한된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기준은 평균적인 아파트 층수가 10층 안팎이었던 1990년에 마련됐지만, 현재는 아파트가 20층을 넘어 60층까지 지어지는 시대”라며 “국민이 품질 좋고 안전한 비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층수와 연면적 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높은 공사비와 이주비 대출 제한 등이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 가운데 노후 주택 비중이 약 48%에 달한 만큼 정비사업은 신규 주택 공급뿐 아니라 주거 환경 개선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서울 정비사업 대상 2249개 단지 중 시공에 들어간 곳은 약 7%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업장의 3.3㎡(1평)당 공사비가 사업 초기 500만원대에서 1300만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짚었다.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규제에 대한 성토도 있었다. 김명희 신길2구역 재개발 조합 위원장은 “이주비 대출은 이주를 위한 기존 자산을 담보로 받는 생계형 대출”이라며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은 것과 관련, 지역·가구별 형평성 문제와 풍선효과 부작용 등을 들여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조한 ‘닥치고 공급’ 기조에 대해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빠른 공급보다 중요한 건 어떤 집을 공급하느냐이며, 지금의 문제는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집값이 비싼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부동산 문제의 한 축인 전월세난 이슈가 7대 쟁점에서 빠져,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도 지적됐다. 최 소장은 “지금 (토론회에)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있는지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