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변동폭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제도 개편에 나섰다. 최근 이어진 약세장 속에서 관련 상품들이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하고 투자자 전원이 손실을 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 이후에야 진입 장벽을 높이고 상품 구조를 손질하려고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는 고점 대비 일제히 반토막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상품 14종은 이날 6∼8%대 상승했다. 3거래일 만의 반등이었지만 주가는 역대 최고점 대비 여전히 반토막 난 수준이다. 일례로 거래량이 가장 많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최고가 대비 63% 폭락했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55% 하락한 상태다. 특히 코스피가 9% 가까이 곤두박질친 13일에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투자자 전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 규모가 배로 불어나는 고배율 상품의 ‘음의 복리효과’가 타격을 키운 것이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연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소집하며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ETF 쏠림 현상 관리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이날은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도 업계를 소집해 대응책 논의를 이어갔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실무진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청취했고,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도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사장단을 소집해 시장 우려를 공유하고 해법 수렴을 시도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사실상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로 받아들이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운용·증권사 측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으나, 업계는 “애초 당국이 허용해 출시한 상품의 부작용 수습을 민간에만 요구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개인이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순매수하며 완충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고 항변했다.
◆배수조정부터 매매방식 개편까지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비중조절)이 증시 낙폭을 키우는 증폭기 역할을 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2배수 상품은 지수 하락 시 목표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대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마감 직전 집중된 투신권의 선물 매도 물량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리밸런싱 추정 매도 규모와 일치한다고 분석하며 “펀더멘털 우려에서 촉발된 하락장이 ETF 리밸런싱과 기관성 매도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초자산 대비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비중이 5% 수준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20%를 웃도는 점을 짚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거래대금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까지 늘면서 두 종목의 영향력이 커진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100개 기업 기초 400여개 종목으로 자금이 분산된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개 기업에만 16조원의 자금이 몰려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다각도로 거론되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상품 약관 개정을 통해 레버리지 배수를 현행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식이다. 투자자 진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1000만원인 기본 예탁금을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에서는 단기과열종목 지정 제도를 원용해 레버리지 상품 거래를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자는 요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