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월드컵 출전 64개국 확대 논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은 초청 형식으로 단 13개국만이 참가한 ‘작은’ 대회였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던 시절이라, 유럽 팀들은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고생을 해야 했다. 이후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이르러서야 우리에게 익숙했던 ‘16개국 본선 체제’가 확립됐다. 이때의 월드컵 본선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바늘구멍’이었고,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주도하던 ‘그들만의 무대’였다.

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축구 변방국들의 실력과 목소리가 커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변화를 선택했다.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참가국을 24개국으로 늘렸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도입한 32개국 체제는 ‘조별 리그-16강 토너먼트’라는 경기 방식으로 약 30년 동안 축구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러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48개국 출전 체제에 돌입했다. 더 많은 국가가 축제를 즐길 기회를 얻었지만, 축구의 순수한 가치보다 상업적 이익을 너무 앞세웠다는 비판도 샀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그제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30년 월드컵부터 출전국을 64개국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그는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가 참가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출전한 아프리카 10개팀 중 무려 9개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엄청난 성공”이란 의미도 부여했다. 실제 인구 52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첫 출전에서 조별 리그를 통과, 32강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게 연장 접전 끝에 지는 이변을 연출했다.

64개국 체제는 지난해 3월 남미축구연맹이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보다 많은 나라들에 본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다. 그러나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 회장은 “나쁜 생각이다. 절대로 해선 안 될 아이디어”라고 극구 반대했다. 대회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경기 수준 하락 등 월드컵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개최국이 규모를 감당하려면 웬만한 강대국이나 공동 개최가 아니면 어렵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