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일부 존치론이 확산하며 입법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4일 의원총회에서는 발언자 다수가 전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추가 정책의총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장윤기 사건 이후 수사 공백과 피해자 보호 우려가 커진 데다 법안 심사를 맡은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 사이에서도 제한적 존치론이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가 8·17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론 못 낸 與 의총 “숙의 시작”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보완수사권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르면 다음 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의총을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여당 원내지도부와 법제사법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간사가 참여해 마련한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안 태스크포스(TF)’안을 김한규 원내정책수석이 설명한 뒤 의원들이 돌아가며 의견을 밝혔다. TF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발언에 나선 14명가량의 의원 가운데 10명 안팎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민생 범죄, 공소시효 임박 사건, 피해자 이의신청 사건 등에 한해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홍기원 의원은 약 10분에 걸쳐 법안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다. 이 법안에는 홍 의원 등 1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판사 출신인 4선 박범계 의원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 법안에 공동서명한 김남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보완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시는 거 같다”며 “방향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보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도 “집권여당이면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며 “성폭력, 아동학대, 장애범죄 등에서 (보완수사권 완전폐지에 따라) 부족함이 있다는 우려들이 있다. 그러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명확해졌을 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백브리핑에서 “기존에 발의된 법안도 있고, 홍기원 의원 등이 발의한 추가적인 안도 있어서 이번달에 본격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숙의 과정에 돌입했다고 봐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의총에서 전면 폐지에 대한 우려가 폭넓게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법안을 곧바로 처리하기보다 전문가 정책의총과 법사위 논의를 거쳐 보완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안 처리가 8·17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당내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당내 대표적 폐지론자인 김용민 의원은 의총에서 폐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 법안대로면)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후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찰 출신 이상식 의원도 “보완수사요구권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주자 가운데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하고 있으며 고 의원만 신중론을 펴고 있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도 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는 당연하다”고 했다.
◆법사위서도 제한적 존치론 부상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직접 심사하는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완전 폐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지난 13일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남희 의원은 “피해자단체나 변호사단체에서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한다”며 “지역경찰의 경우 유지와의 유착이 심한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 때문에 실제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해도 수사가 안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균택 의원은 소위에서 공소시효가 다가오는 경우 등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자신의 개정안을 언급했다. 두 의원은 홍기원 의원이 제출한 제한적 보완수사권 존치 법안에 공동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사위 여당 지도부가 완전 폐지를 전제로 법안 심사를 이끌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같은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제한적 존치안에 동참한 것이다.
당내 논쟁의 초점도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자체보다, 폐지에 따른 수사 공백과 피해자 보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서 위원장은 법사위 회의 후 “약자, 여성 피해자, 장애인, 아동 등의 권리를 어떻게 형사소송법에 잘 담을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李대통령 “개혁, 요란하면 성과 어려워”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혁 문제와 관련해 “소리를 많이 지르고 요란하게 하면 멋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되면 저항 강도가 세지며 성과를 내기 어렵게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혁 작업을 과거 자신이 겪은 주사 처방에 비유하며 “주사기를 찌르는 순간 제가 무서워서 힘을 줬더니 주사기가 부러지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살살 달래며 주사를 놓는 것이 옳은 방법이듯, 개혁도 사람들을 설득해가며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에 반발하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모든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절대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하면 괴물 경찰이 탄생할 것”이라며 “그 괴물 경찰은 결국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경찰의 부실수사와 수사권 남용을 막을 최소한의 견제 장치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