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생겼을 때 법정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최근 자주 나오는 결론 중 하나는 “의료과실은 인정되지 않으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의사의 과실과 의료적 나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인지 최근 판결이나 조정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를 인정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의사가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에 앞서 질병의 상태, 치료 방법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대안 등을 설명하지 않으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위자료 배상을 명해 왔다. 최근에는 설명의 ‘시기’까지 문제 삼아 수술 직전이 아니라 환자가 숙고할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고, 설명의무의 범위도 수술을 넘어 침습적 검사와 투약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정형화된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다. 설명의무의 인정 범위와 강도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금융거래 설명의무와의 대비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 위반은 위법계약 해지권 행사나 계약 취소로 이어져 계약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문제가 된다. 잘못 판매된 금융상품은 계약을 되돌려 원금을 반환하면 어느 정도 원상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몸에 가해진 수술은 되돌릴 수 없다. 진료계약을 무효로 돌린들 절개된 신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은 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충분히 알고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 정신적 고통 문제를 위자료로 해결한다. 같은 이름의 의무가 금융에서는 계약의 유·무효로, 의료에서는 위자료로 각각 귀결되는 구조적 차이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판례가 요구하는 설명의 수준이 임상 현실과 부합하느냐다. 외래진료 시간이 몇 분에 불과한 현실에서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부작용까지 빠짐없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숙려기간까지 두어 설명하라는 요구는 이상적이고 버겁다. 응급 상황이나 고령·중증 환자처럼 설명과 이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고, 실제로 이해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진정한 소통 대신 방어적 문서화가 늘어난다. 수십 쪽의 동의서에 기계적으로 서명을 받는 관행이 과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숙고하는 기간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의료진에게 책임이 없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가 의료과실 입증에 실패한 사건에 ‘위로금’처럼 운용된다는 비판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자기결정권 침해가 실제로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을 들었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개연성이 있는지 따지지 않은 채 설명절차의 흠결만으로 배상을 명한다면 환자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보다 방어 진료와 필수의료 기피만 부추길 수 있다.
설명의무 법리는 환자와 의사의 실질적 소통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교해져야 한다. 위자료 인정에 앞서 그 설명이 과연 그 진료 현장에서 할 수 있었는지 또 의미 있는 것이었는지 함께 묻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