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8억은 예고편?…코스피 9% 폭락 뒤 ‘2차 반대매매’ 덮치나 [숫자 뒤의 진실]

이달 1~13일 미수금 반대매매 4519억원…이틀 새 2238억원
13일 반대매매 262억원…8.95% 폭락 충격은 후속 통계서 확인
신용융자 34조7886억원…추가 강제 매도, 단기 증시 수급 변수

“4258억은 예고편이었나?”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담보비율이 낮아진 신용계좌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시차를 두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1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이 잇따라 강제로 팔리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로 처분된 주식은 451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코스피가 9% 가까이 폭락하기 전인 지난 10일까지 집행된 금액만 4258억원이다.

 

13일 반대매매 금액은 약 262억원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이날 폭락의 충격이 작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급락으로 새로 발생한 미수금 미납이나 신용계좌 담보 부족에 따른 강제 매도는 결제와 추가 담보 납부 절차를 거쳐 시차를 두고 집행될 수 있다.

 

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진 계좌가 늘었다면 추가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틀새 2238억원 강제 처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45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일 하루에만 1422억원어치가 강제 처분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2%로 지난달 9일 기록한 10.5%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높았다.

 

10일에도 816억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집행됐다. 이틀 동안 시장에 나온 물량만 2238억원이다. 13일 반대매매 금액은 약 262억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8%로 낮아졌다. 각 날짜의 금액은 억원 단위로 반올림돼 일별 수치의 합과 누적액에는 소폭 차이가 날 수 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매수대금 일부만 낸 채 주식을 산 뒤 결제일까지 부족한 금액을 채우는 거래다. 국내 주식은 매매일로부터 2거래일 뒤 결제된다. 결제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약관에 따라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할 수 있다.

 

4519억원은 미수대금 미납으로 실제 집행된 반대매매 금액이다. 신용융자 계좌에서 담보 부족으로 처분된 주식까지 합친 전체 강제 청산 규모는 아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다는 점에서는 미수거래와 비슷하지만 반대매매가 결정되는 과정은 다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증권사 기준 아래로 떨어진 뒤 정해진 기한까지 현금이나 대용증권을 추가로 넣지 못하면 보유 주식이 강제로 팔릴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과 추가 담보 납부 기한, 반대매매 시점은 증권사와 계좌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13일 폭락 충격은 아직 통계 밖에

 

시장의 시선은 13일 폭락 이후 실제 집행될 반대매매 규모로 향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 10시34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후 1시28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10.70% 떨어진 25만4500원, SK하이닉스는 15.37% 급락한 184만5000원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4.55% 내린 799.36으로 밀려났다.

 

코스피는 지난달 19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치 9385.59와 비교하면 27.4% 내려왔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수의 4분의 1 이상이 빠진 셈이다.

 

14일에도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장중 6448.86까지 밀려 전날보다 5.26% 급락했다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0.73% 오른 6856.83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3.34% 오른 26만3000원, SK하이닉스는 3.69% 상승한 19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52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의 순매도 물량 가운데 반대매매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개인의 대규모 매도액을 강제 청산 물량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13일까지 집계된 반대매매 금액에는 당일 폭락으로 이후 발생할 미수금 미납과 신용계좌 담보 부족에 따른 강제 매도 물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미수거래는 결제일까지 대금을 채우지 못하면 이후 반대매매가 집행될 수 있다. 신용융자 계좌는 담보 부족 통보와 추가 담보 납부 기한을 거쳐 강제 처분된다. 실제 집행 시점은 증권사 약관과 계좌 조건에 따라 다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달 13일 34조7886억원으로 줄었다. 약 3주 만에 3조8442억원 감소했다.

 

지난 3일 이후 6거래일 연속 감소해 지난 4월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34조원을 웃돈다. 잔고 감소에는 투자자의 자발적인 상환과 신규 신용거래 감소, 반대매매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어 감소분 전체를 강제 청산 규모로 볼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컸던 만큼 이들 종목을 신용으로 산 계좌의 담보 부담도 커졌다. 반도체 대형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기초자산 급락에 따른 포지션 정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강제 매도가 다시 주가 누를 수도

 

반대매매가 한꺼번에 몰리면 주가 하락이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강제 청산 물량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추가 하락으로 다른 신용계좌까지 담보 부족 상태에 빠지는 구조다.

 

반도체 대형주처럼 시가총액과 거래가 집중된 종목에서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겹치면 지수 전체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큰 장세에서는 높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작은 가격 변동에도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 급락을 반도체 업황이나 중장기 이익 전망이 훼손된 결과라기보다 ADR 상장이라는 단기 이벤트 소멸과 높아진 실적 기대,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겹친 변동성 조정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실적과 업황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수급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ADR 가격 차이만 보고 추격 매수하기보다 반대매매 압력과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주가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대신증권은 10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6.36배로 분석했다. 역사적 저점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달 1~13일 미수금 반대매매로 4519억원어치 주식이 강제 처분됐다. 코스피가 8.95% 폭락한 지난 13일 급락으로 이후 집행될 반대매매 물량은 후속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10일 당시 기업 이익 추정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14일 종가 하락분만 단순 반영하면 선행 PER은 약 5.83배로 낮아진다. 공식적으로 다시 산출된 수치가 아닌 단순 환산값이다.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 실제 PER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낮아진 PER이 곧바로 주가 반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기업 실적보다 수급 불안이 주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확인된 이달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13일까지 4519억원이다. 13일 폭락으로 미수금 미납이나 담보 부족 계좌가 얼마나 늘었고, 실제 반대매매로 이어진 금액이 얼마인지는 후속 통계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추가 강제 매도 물량이 얼마나 나오고 시장이 이를 어느 정도 소화할지가 단기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