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던지던 한국, 트럭 타는 스웨덴?…3국 이색 졸업 문화

‘밀가루’ 대신 ‘패러디’, 유쾌한 문화로 거듭한 교정
온 시민의 축하 속 카퍼레이드, 당찬 독립의 시작
경건한 식순 뒤 숨겨진 설렘, 두 번째 단추의 의미
국가별 특성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졸업을 기념한다. 의정부고 방송부 인스타그램 계정 ‘uhbs.official’ 캡처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매년 기발한 패러디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경기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올해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생 한 번뿐인 졸업식은 나라별 특성에 따라 유쾌한 축제가 되기도 하고 엄숙한 통과의례가 되기도 한다. 국가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졸업 풍경을 들여다봤다.

 

2005년 2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후배들이 떠나는 선배들에게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 과거와 달라진 한국의 졸업문화

 

의정부고 방송부 UHBS는 지난 12일부터 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고3 학생들의 졸업사진들을 차례대로 공개했다. 학생들은 손흥민 선수와 홍명보 전 감독 등 올해 화제가 된 인물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온라인 밈(meme) 등을 다양한 소품과 분장으로 재치 있게 패러디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2009년부터 한 해를 대표하는 사회적 이슈와 유행을 반영한 콘셉트 사진을 선보이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유쾌한 의정부고의 졸업문화는 과거의 무질서했던 졸업식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한때 ‘졸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을 던지거나 교복을 찢는 등 거친 모습이 먼저 연상되곤 했다.

 

이 중 ‘밀가루 던지기’의 유래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졸업식을 일본식 검은 교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로 여긴 조선인 학생들이 검은 옷 위에 하얀 밀가루를 뿌려 백의민족의 정신을 표출하고 일제에 반발했던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과격한 행위만 남아 2010년 이후 경찰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이 같은 광경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졸업식 날 대표 음식으로 꼽히던 짜장면의 위상도 달라졌다. 졸업식을 마친 뒤 온 가족이 동네 중국집을 찾아 당시 귀한 외식 메뉴였던 짜장면을 먹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외식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예전만큼 존재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 고등학생들은 졸업식날 흰색 선장 모자를 쓰고 여성은 흰 드레스, 남성은 정장을 차려입고 카퍼레이드를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 진정한 성인의 시작을 축하하는 스웨덴

 

스웨덴의 졸업식 문화도 이색적이다. 스웨덴에서 졸업식은 마을의 거대한 축제와도 같다. 이날 스웨덴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닉네임 등이 수놓아진 흰색 선장 모자를 쓰고 여성은 흰 드레스, 남성은 정장을 차려입는다. 이는 ‘항해하는 네 인생의 선장이 돼라’는 격려가 담겨 있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 밖으로 우르르 뛰어나오는 ‘달려나감(Utspringet)’ 의식이 이어진다. 독립한 성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뗀다는 의미가 있다. 운동장에서 대기하던 부모와 친지들은 졸업생의 어릴 적 사진이 담긴 피켓과 꽃다발을 흔들며 이들을 환대한다.

 

이어 스웨덴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대규모 ‘카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직접 장식한 대형 트럭을 타고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또한 학생들의 행진을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트럭을 타고 도시 곳곳을 누빈 학생들은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축제를 이어간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친지들과의 축하 파티가 시작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같은 졸업문화에 관해 박두영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기획팀 팀장은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은 고등학교를 배움의 마지막 단계로 생각한다”며 “이에 고등학교 졸업식을 우리의 대학 졸업식보다도 훨씬 성대하게 치른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EU 청년들의 평균 독립 연령은 26.7세지만, 스웨덴은 23.1세로 EU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낮다. 남들보다 일찍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만큼 스웨덴에서 고등학교 졸업은 ‘성인으로서의 온전한 자립’을 뜻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서 졸업할 때 남학생의 교복 외투 두번째 단추를 선물하는 문화는 고백을 상징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 엄숙한 졸업식에 담긴 일본의 전통

 

일본의 졸업식은 스웨덴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본에서는 4월에 새 학기가 시작해 매년 3월마다 졸업식이 열린다. 이때는 엄격한 규율 아래 조용하고 장중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학생들은 홀에 들어오고 나가는 동선부터 인사법까지 꼼꼼하게 연습하고 준비한다. 복장은 주로 교복을 착용하며 대학 졸업식이라면 여학생들은 일본 전통의상인 ‘하카마(袴)’를 많이 차려입는다. 하카마는 과거 메이지 시대의 여학생들 교복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학교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전반적인 식순은 한국과 유사하다. 졸업장 수여는 대표만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한 명씩 직접 받는다. 이름이 호명되면 학생은 ‘네’라고 큰 소리로 답한 뒤 단상에 올라 졸업증서를 받는다. 학생들과 함께 합창하는 일본 학교도 많다. 한국에서 졸업할 때 동요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흔히 부르는 곡들이 있다. ‘아오게바 토도시(仰げば尊し·우러러보니 존귀하구나)’, ‘다비다치노 히니(旅立ちの日に·새로운 출발의 날에)’ 등이 그 예시다. 

 

일본 졸업문화 중 대중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전통이 있다. 졸업식 당일 남학생은 평소 호감을 품었던 여학생에게 자신의 교복 외투 두 번째 단추를 선물한다. 여학생이 먼저 남학생에게 단추를 요구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단추가 사랑의 증표가 된 배경에는 ‘심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라는 낭만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이 특별한 선물은 학창 시절 풋풋한 사랑을 전하는 고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일본 학생복 브랜드 칸코가 지난 1월 일본 중고생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6%가 해당 관습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졸업식에서 주고받는 선물이나 기념품을 묻는 질문에는 ‘편지 및 메시지 카드’(37.4%)에 이어 ‘단추’(27.2%)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