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백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청년 농업인과 미래 농식품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세계일보는 예비 창업농인 학생들이 농어업부문 전문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성장, 시행착오와 배움, 농업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고를 싣습니다.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의 하루는 알람보다 먼저 깨어나는 공기로 시작된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이지만 밖에서는 묘하게도 어제와 다른 냄새가 난다. 흙이 머금은 수분의 차이인지, 밤사이 내려앉은 온도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미묘한 변화에 먼저 반응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작물이다. 잎이 조금 더 축 처져 있거나, 생각보다 색이 옅어져 있거나. 그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 나의 하루는 또 움직인다.

 

이곳에서는 ‘괜찮겠지’라는 말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자연은 기다려주지 않고, 결과는 늘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한농대의 학생들은 결정을 미루기보다 서툴러도 먼저 움직인다.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쌓아가는 쪽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실패는 부끄럽기보다 또 하나의 기준이 된다. 다음에는 같은 냄새를, 같은 징후를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해주고 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나만의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대학 재학생 임시은

우리가 작물을 키우기도 하지만 작물 또한 우리를 하루하루 성장하게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반복될수록, 나는 더 조심스럽게 보고 더 신중하게 판단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먼저 자란다.

 

한농대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거창한 제도보다 이 ‘감각’을 떠올린다. 누군가 알려주기 전에 먼저 눈치채는 힘, 예상이 빗나갔을 때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태도.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쌓인다.

 

그래서 한농대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라기보다,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을 익히는 시간에 가깝다. 졸업을 생각하면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덜 망설이게 되었다.

 

한국농수산대학 재학생 임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