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이수지가 이번에는 새내기 공무원의 고단한 현실을 풍자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 이수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는 ‘공무원 김지영씨의 철밥통 지키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은 1년 차 새내기 공무원의 하루를 보여주며 악성 민원과 낮은 임금, 불합리한 조직 문화 등 공무원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활기차게 출근한 이수지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내 위축됐다. 일찍 출근했음에도 부서 내에서 늦은 편이라는 이유로 팀장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팀장은 이수지의 반바지 차림을 두고 “공무원이 옷을 시원하게 입었다. 워터밤에 가느냐”며 핀잔을 줬다. 이후 그는 이수지를 아예 ‘워터밤’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정식 업무 개시 전인 오전 8시45분, 이수지는 이미 민원인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등본 발급을 요구하는 민원인에게 이수지가 아직 업무 시간이 아니라고 안내하자 그는 “앉아 있는 김에 해주면 되지 않느냐”며 “내가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는데 이것도 못 해주냐. 내 세금으로 벌어 먹고살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창구 근무 시작 10분 만에 이수지에게는 각양각색의 민원인이 몰려들었다. 버스 노선을 묻는 이부터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프로필 사진을 골라달라는 사람, 주무관인 이수지를 향해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까지 다양했다. 영상 속 내레이션은 이를 ‘프리스타일 민원 배틀’이라 표현했고 밀려오는 민원에 이수지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당한 민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창구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한 예비부부는 혼인신고를 접수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았다.
이에 이수지가 신고 절차를 마친 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남편분이 인상도 좋고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린다”며 축하를 건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예비신부가 감사하다고 답한 남편을 향해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되지 왜 눈웃음을 치느냐”며 질책했다.
싸움이 붙은 두 사람은 급기야 혼인신고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접수가 완료된 혼인신고는 현장에서 즉시 취소하기 어렵다. 이수지가 이 같은 규정을 설명하자 이들은 “방금 등록했는데 왜 취소가 안 되느냐”며 “윗사람(책임자) 데려오라”고 항의했다. 이때 상황을 중재해야 할 팀장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고 이수지는 홀로 난처한 상황을 감당해야 했다.
점심시간에는 공무원의 고된 현실도 엿볼 수 있었다. 쉴 틈 없는 업무 속에 이수지는 외식비 지출을 아끼고자 손수 준비한 도시락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반찬이 부실하다는 제작진에게 그는 “세금으로 먹는 나랏밥이니까 감사하게 먹고 있다”고 답했다.
식사 중 마침 월급이 입금되고 이수지는 “이번 달에는 초과근무를 많이 해서 내일은 계란 프라이까지 추가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초과근무 수당을 합산해 공개된 이수지의 월급은 200여만 원 남짓이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둘러싼 황당한 민원 사례도 그려졌다. 이수지는 “주사님 승진 기념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셨다가 ‘공무원들이 무슨 세금으로 커피를 마시느냐’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이제 타 먹는 커피(믹스커피)로 마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본업이 아닌 일도 떠맡는 모습도 그려졌다. 팀장은 이수지가 ‘MZ 세대’라는 이유로 충주시 공식 SNS 채널을 성공시킨 ‘충주맨’처럼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지시한다. 팀장은 “집에 카메라가 있느냐”고 묻고 “요즘은 휴대전화로 다 찍고 편집도 배우면 된다”며 조회수 100만회를 목표로 제시한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출연까지 아무래도 이거 망한 것 같은데요”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이수지가 직접 랩과 춤을 선보이며 영상은 마무리했다.
영상은 공개 직후 하루 만에 조회수 78만회를 넘겼고 2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댓글에는 실제 공직 생활을 경험한 전·현직 공무원들의 격한 공감과 생생한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주민센터 기간제 일해봤는데 영상은 정말 순한 맛이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수박 먹는데 안 나눠줬다고 민원 넣은 사람이 있었다”, “온 김에 공무원들이 타주는 커피 좀 마셔보자며 요구하는 사람이나 밥 먹을 돈이 없다며 구걸해 컵라면을 끓여주면 ‘겨우 컵라면 대접이 끝이냐’며 책상 엎어버리는 민원인도 있었다”, “반바지 입고 오는 순간 ‘반바지 걔’가 됩니다”며 여러 사례들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