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美상무, 엡스틴과 구체적 사업논의 정황"

영국인 내부고발자 폭로…"2018년 투자 논의 이메일 확인"
"한번 만났을 뿐" 주장과 배치…상무부·백악관 "불법행위 증거 없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과거 기업인 시절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2019년 사망)과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 월가 금융회사 BGC 파트너스의 전 전무이사인 영국인 사이먼 안드리에스는 최근 미국 정부가 공개한 350만 쪽에 달하는 이른바 '엡스틴 파일'에서 과거 러트닉 장관과 엡스틴이 긴밀한 사업 관계를 유지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 사슬을 찾아냈다.



BGC 파트너스는 러트닉 장관이 이끌던 금융그룹 캔터 피츠제럴드의 계열사로, 러트닉 장관은 당시 안드리에스의 상사 격이었다.

안드리에스가 발견한 2018년도 이메일에는 러트닉과 엡스틴이 공동 투자한 디지털 광고 스타트업 '애드핀'의 사업 전망을 직접 주고받은 내용이 담겼다.

당시 엡스틴이 러트닉에게 "애드핀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묻자, 러트닉은 "드디어 매출이 나고 있다. 향후 12개월 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안드리에스는 러트닉의 이름 대신 그가 평소 이메일에서 사용하던 이니셜인 'HWL'(하워드 윌리엄 러트닉)을 검색어로 입력해 샅샅이 뒤진 끝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발견했다.

러트닉 장관은 그동안 엡스틴과의 관계에 대해 "20년 전 뉴욕 맨해튼에서 이웃으로 살 때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며 그의 행동은 역겨웠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엡스틴 파일에서는 두 사람이 2012년 12월 엡스틴의 사유지인 카리브해 섬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발견돼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안드리에스는 사업 논의 관련 자료를 지난 5월 러트닉 장관의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미 의회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올해 들어서야 엡스틴이 애드핀의 공동 투자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안드리에스는 캔터 피츠제럴드가 지난 2013년 영국 전 왕자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를 자사의 사업에 이용하기 위해 이른바 '왕자 매수' 계획을 세웠던 정황도 포착했다.

문서에 따르면 캔터 피츠제럴드는 앤드루 당시 왕자의 인맥과 영향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가로 그가 지배하는 회사에 100만 파운드(약 20억 원)를 대출해주고 독점 사업 계약을 맺으려 했다.

다만, 양측이 수개월간 협상을 진행했으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앤드루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이자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이다. 엡스틴과 연루된 성 추문이 불거지면서 2019년 왕실 업무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10월에는 왕자 칭호와 모든 훈작을 박탈당했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은 이번 폭로 내용과 관련해 "러트닉 장관을 중상모략하려는 비열한 시도일 뿐이다. 어떠한 불법 행위의 증거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