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이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을 1회만 늘려도 ‘비행기표 대란’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항 당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7년째 현행 슬롯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 슬롯은 34회(유보 1회)로 제한돼 있다. 오전 6시와 오후 10시대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가 슬롯을 꽉 채우거나 초과하고 있다. 슬롯이 포화하면 항공기를 더 띄우고 내릴 수 없다. 제주여행 수요가 더 있어도 항공기 좌석 수 부족으로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도민 이동권과 관광객 유치에 제약을 받는 셈이다.
공급 축소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졌다. 6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0만9646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만711명)보다 7.6% 감소했다. 이 기간 내국인은 86만2072명으로, 지난해(97만935명)보다 11.5% 줄었다. 5월에도 내국인은 7.1% 감소했다. 외국인은 5월 12.6%, 6월 9.1% 늘었지만 지난해 5월(14.6%)과 6월(24.1%)보다는 증가율이 둔화했다.
항공기 좌석 수를 초과하고 있는 제주여행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제주공항의 슬롯 확대이다. 슬롯을 35회(유보 1회 포함)에서 40회로 늘리기 위한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은 이미 2019년 마무리됐다. 정부는 슬롯을 늘려도 안전하게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2239억원을 들여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제주도가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수차례 ‘안전이 담보되는 선에서 40회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활주로와 항공기가 대기하는 계류장 사이의 간격이 좁아 항공기 이동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슬롯 포화가 불러오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산술적으로 슬롯을 단 1회만 늘려도 연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6000편 이상 늘어나고, 110만석 이상의 좌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액이 약 125만∼13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슬롯 1회 확대만으로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단일 활주로에 고속탈출유도로 등을 설치하면 이론상 시간당 40회 이착륙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관제사 기술·숙련도, 유도로를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 항공기 조종사의 기술·성향, 안전상의 이유로 슬롯을 40회까지 늘리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유보로 갖고 있는 슬롯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검토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