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들 허풍·태만에 6·25 戰禍 5대 군사강국 자화자찬 난무 우려 전작권·사관학교통합 등 불안 증폭 軍사기 고양·국방력 강화대책 필요
대한민국은 허세와 무비(無備)로 1950년 6월25일 새벽을 맞았다. 신성모 국방장관은 5개월 전 “실지(失地) 회복을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명령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허풍을 떨었다. 미국은 북침 우려로 전투기, 전차, 중포(重砲) 등의 공여를 거부했다. 미군 철수 시엔 육군 병력 6만5000명 기준의 소요 장비만 남겨놨다. 육군본부 정보국이 6개월 전 북한군의 춘계 전면 공세와 정부 전복 시도를 예측했으나 위정자들의 방관, 고위 국방 당국자들의 태만, 미국의 묵살로 온 국민이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전화(戰禍)를 감당했다.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인사, 국방부 일부 간부는 미국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세계 5대 군사 강국 평가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나 보다. GFP를 보더라도 세계 1(미국), 2(러시아), 3위(중국)가 한반도 주변에 집중해 있다. 전교 5등이라도 같은 반에 1∼5등이 몰려 있으면 학급 5등이다. 7위 일본이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31위)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나. 납득 못 할 자화자찬이다.
김청중 논설위원
이 대통령이나 안규백 국방장관의 “당장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문제없다”는 호언장담도 그렇다. 한·미는 2014년 시기(time) 기반이 아닌 3대 조건(condition)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3가지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핵·미사일 개발은 고도화했다. 중국의 해양진출, 북·러 결착, 중·러 연합군사훈련 강화 등 한반도 주변의 안보 위협도 고조됐다.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조건의 충족 여부를 따질 일을 정치적 편의주의(political expediency)로 몰아붙이려는 듯하니 상당수 국민이 우려한다.
실제 동태(動態)는 말보다 더 걱정이다. 병력자원 감소 대책은 사실상 부작위(不作爲)의 우(愚)를 범한다. 현재 군 병력은 정전 상황 유지에 필요한 최저선인 50만명에서 5만명이나 부족하다. 2042년 병력자원은 12만5000명에 불과하다. 단순 예측이 아니라 출생 남아의 주민등록인구로 분석한 ‘확정된 미래’다. 자위대 현역 병력이 약 25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부족한 숫자인지 알 수 있다. 예비역·민간인·외국 국적자의 대규모 활용, 여성 징병제 도입 등 획기적 대책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 그런데도 정권은 지지층 반발을 피하려는 듯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방편 외엔 근본적 대안을 제시 못 한다.
작위의 우는 일일이 사례를 거론조차 힘들다. 3군 사관학교 통합과 지방이전, 선택적 모병제, 광주 군 공항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군 사기 저하와 국방태세 약화를 불러올 논쟁의 정책만 부각되고 있다. 합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군 구조를 개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등 반론이 만만찮다. 선택적 모병제는 병역 대상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병역 대상자가 징병제와 전문부사관 모병 중 선택하는 것이라 병력 부족의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이전 대책 없이 반도체 공장 속도전에 휘말리면 남서쪽에 공군기지 하나가 사라질 것이 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상반기 군사활동이 지난해 두 배로 역대 최다다. 핵무기 보유에 이어 우리에게 뒤처졌던 재래식 전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최근 태평양 공해 해역을 향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 주도의 서태평양 대중 억지망을 겨냥해 원해(遠海) 작전과 핵보복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일본은 북방에 편중됐던 주력 전력을 중국에 맞서 서남쪽으로 이동 배치하고 도서 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다 군 단합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현 정부도 언제 손에 넣을지도 모를 핵추진잠수함 외엔 국방력 강화 전략은 부재하고 내부 논란만 키우는 것 같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