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갈등만 키우는 최저임금 결정, 언제까지 반복할건가

내년 최저임금 최종결정 임박…노사 막판 줄다리기 (세종=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노사가 각각 시간당 1만1천220원과 1만530원을 제시하며 수정안 격차는 '690원'까지 좁혀진 상태로, 이날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이날 상한선과 하한선인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가 심의 촉진 구간 안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면 합의안이 채택되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2026.7.14 dwise@yna.co.kr/2026-07-14 15:42:58/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1만320원보다 380원(3.7%) 올랐는데 3%대 인상은 2023년(5.0%) 이후 4년 만이다. 노동계는 생계보장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영세사업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790만 소상공인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비명은 과장이 아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 환산 223만6300원으로 지난해 소상공인 월평균 영업이익 208만8000원을 웃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이 12.4%인데 숙박·음식점업(31.6%)과 5인 미만 사업장(30.3%)의 경우 근로자 3명 중 1명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이미 2018년 이후 60% 이상 오른 상태다. 가뜩이나 고물가와 소비침체에 시달리는 기업과 소상공인에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나 홀로 사장’과 줄폐업이 늘어나 취약계층 일자리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임금뿐 아니라 실업급여와 주휴수당, 산업재해 보상금, 국가보상금 등과 연관되는데 무려 27개 법령·43개 제도에 적용된다. 이토록 중요한 복지정책의 기준점이지만 결정 과정은 주먹구구식이다. 노사 위원들이 기싸움을 벌이다 흥정하듯 인상 폭을 정하거나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중간쯤에서 타협하는 일이 반복됐다. 심의촉진구간 산식마저 들쑥날쑥하다. 이번에도 상한선을 올해 예상 성장률(2.55%)에 소비자 물가상승률(2.7%)을 더한 5.25%로 설정했는데 과거에는 취업자 증가율도 반영했다고 한다. 이러니 노사 모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갈등만 키운다. 오죽하면 공익위원들조차 정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적용대상과 결정기준 등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을까.

이제 정부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 위원들이 객관적 지표로 상·하한선 구간만 설정하고 정부가 노사 의견을 수렴해 책임감을 갖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랑스(5명), 영국(9명)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27명에 달하는 비대한 위원회 규모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벼랑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