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연간 1조8000억원 불어난다는 추산이 나왔다. 차주 1인당 연간 30만원가량 더 늘어난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빚투(빚 내서 투자)’족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평균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증가한다. 1분기 말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주택 관련 대출(1178조6000억원),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바탕으로 한은이 자체 추산한 수치다.
대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취약차주는 연체율이 급상승하는 등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올 1분기 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자이거나 저신용인 차주의 1인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1억352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기관·상품에서 대출을 받아, 더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상태로 추정한다. 빚투 열풍에 동참한 차주들 역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기타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1조5000억원, 차주 1인당 평균 7만6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 역전 폭은 3년여 만에 가장 좁아진다. 양국의 10년물 금리는 2022년 7월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되자 그해 12월부터 미국이 한국을 앞지른 뒤 격차가 꾸준히 벌어져 지난해 1월 1.81%포인트까지 커졌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격차가 줄기 시작해 올해 1월(-0.72%포인트), 2월(-0.52%포인트)에 이어 6월(-0.29%포인트)까지 축소됐다.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에는 각국 통화 정책 전망에 더해 성장, 물가 등 경기 펀더멘털(기초여건) 등이 반영된다. 통상 경기 전망이 좋을수록 안전 자산인 장기물 국고채 수요가 줄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성장 전망 개선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내 금리 인상·동결 전망이 엇갈린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이를 위해 금리 인상 등이 필요한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연준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인뱅)과 저축은행·상호금융까지 문턱을 높이면서 하반기 ‘대출 절벽’은 현실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담대 한도를 일괄 3억원으로 축소한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은 9월 실행분 주담대·전세대출 대출모집인 접수를 전면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지점별 월간 주담대 취급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제한했다. 5대 은행 모두 모기지 보험 신규가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인뱅도 총량 관리로 공급 여력이 적고, 2금융권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