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불법판매, 5년간 3000건 넘었다

낙태죄 폐지 후 7년째 입법공백

임신중절 허용 주수 등 하세월
대통령 “낙태약 금지는 무책임”
의사 재량으로 허용 검토 지시

의료계, 女건강 위협·혼란 우려
“조기 허용은 생체실험 모는 격”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 “법 개정 이전에도 의료진 재량에 따른 사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낙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7년간 입법 공백에 놓여 있던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의료계는 법 개정 전 임신중지 의약품 허용에 대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 “법 개정 이전에도 의료진 재량에 따른 사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낙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15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2021∼2026년 5월)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적발 건수를 보면 2021년 414건, 2022년 643건, 2023년 491건, 2024년 741건, 지난해 682건, 올해 5월까지 218건 등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임신중지의약품 불법 유통 적발 건수는 2024년 116건에서 지난해 31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임신중지 의약품의 불법 유통이 지속되는 이유는 제도적 공백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대체 입법 시한을 넘기며 후속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입법 공백 속에 임신중지 허용 주수나 절차 등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임신중지의약품인 ‘미프진(미프지미소정)’ 등을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낙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임신중지의약품 불법 복용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여성들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선 (미프진) 허용이 안 돼 여성들이 해외에서 직구해 복용하는 모양”이라며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정부가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허용 주수 등을 입법으로 구체적으로 정하기 전이라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필요할 경우 약물 복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도 있는데 ‘법으로 반드시 몇 주까지’라고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신속하게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의사 판단에 맡기는 것과 관련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대체입법, 의학적 안전성 검증 없는 도입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행 시 전면 거부 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사회는 “철저한 준비 없이 약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경우, 다량 출혈과 감염증은 물론 불완전 유산에 따른 응급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은 국민을 위험한 생체 실험장으로 내모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투약 가능한 임신 주수의 판단과 부작용에 대한 법·의학적 책임을 ‘의사의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현장 의료진에게 떠넘기는 처사는 무책임하다”며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 명확한 법률적 테두리가 없는 상태에서 자의적 판단만으로 약물을 처방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