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산 나흘 남았는데… 與, 27일 ‘뒷북 청문회’

한병도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16일 與 주도 정무위서 일정 의결
“당정, 소극적 대응” 당내 비판론

MBK·메리츠 채권 회수에만 골몰
홈플러스 노조 지원 촉구 총력전

더불어민주당이 홈플러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27일 열기로 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재검토의 조건으로 제시한 긴급운영자금 확보 시한이 지난 뒤에야 청문회가 열리는 만큼 홈플러스의 파산을 막기에는 너무 늦은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총력투쟁에 나섰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파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1만3000여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 입점·납품업체, 나아가 지역사회와 소비자, 국민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와 관련 업체 지원, 지역경제 보호에도 끝까지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회 정무위원회에 청문회 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고객서비스센터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이어가는 가운데 16일 범여권 주도로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일정과 증인·참고인 채택을 의결할 방침이다. 그러나 청문회 예정일은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를 가를 마지막 시한보다 일주일 늦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도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의 확보 방안을 제출하면 회생절차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MBK와 메리츠가 각각 투자 손실 최소화와 채권 회수에 무게를 두면서 자금 조달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가 열릴 때는 이미 회생절차가 완전히 종료되고 파산 수순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집권여당과 정부가 대량 실직과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민병덕·이강일·박홍배 의원 등은 지난 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청산 후 청문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여당 단독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원내지도부와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상황에서 단독 청문회를 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여당 소속 한 의원은 “지도부는 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고 지적했다.

뒤늦은 청문회 추진을 둘러싼 책임론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로 수사가 진행돼 MBK 김병주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며 “이후 수사 담당 부장검사는 교체되고 아무도 살펴주지 않는 상태에서 구속영장 재청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회생절차 종료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홈플러스 양대 노조와 입점업체들도 정부와 MBK, 메리츠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일반노조는 여의도 메리츠 본사와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고, 마트노조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입점점주협의회도 미정산 판매대금과 임대보증금 지급, 정상 영업 보장을 촉구했다. 일부 점포에서는 홈플러스의 전기요금 미납으로 단전까지 예고돼 점주들이 영업 중단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