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소득 심사에서 성과급 반영 비율을 축소하기로 했다. 특정 연도에 고액의 성과급을 받아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수억원대 성과급 지급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연간 1조8000억원 불어난다는 추산이 나왔다. 차주 1인당 연간 30만원가량 더 늘어난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는 7000선을 탈환했다. 지난 13일 폭락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200만닉스’를 회복했고 삼성전자도 27만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삼전닉스 성과급 DSR 반영 줄인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우선 엄격한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로 지난해(1.7% 증가)보다 강화된 수준인 1.5%를 발표했는데, 이에 맞춰 가계부채 안정화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담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성과급 반영 비율 축소’를 제시했다. 기존에는 성과급 등 특별수익이 있을 때 당해연도 수익이 평균보다 20% 이상 늘어났을 경우에만 2년치 평균을 내 대출 한도를 산정했다. 20%가 되지 않으면 최근 1년치 소득이 반영된다. 한 번 고액의 성과급을 받아 소득으로 인정되면 대출 한도가 올라가는 구조다. 이를 3년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조정해 실제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동탄 등 ‘반도체 벨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배경에 해당 기업들의 고액 성과급 지급 효과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사들에 대한 자본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고액·고DSR, 고가주택 등 고위험 주담대에 대해선 은행이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금융사의 주담대 취급 유인을 줄여나가겠다는 취지다.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서민에게 100만원을 4%대 금리로 10년간 빌려주는 새로운 불법사금융예방대출도 선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비중이 여전히 너무 크다. 매우 원시적”이라며 “가용자원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경제성장과 자원 배분에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향해 “주식시장 정상화는 정말 주력해서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이라며 “새 제도 도입 과정에서 부작용과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사람 살리는 금융’에 관한 금융위 보고를 받은 뒤 “우리나라는 빚을 탕감해 주는 데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며 “갚을 능력이 없는 장기 연체 채무자들은 빨리 정리해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는 “연체 채무 정리를 두고 ‘누가 성실히 빚을 갚겠느냐’고 하지만, 이 역시 선전·선동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0.25%p 오르면 주담대 이자 연 1.8조 늘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평균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증가한다. 1분기 말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주택 관련 대출(1178조6000억원),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바탕으로 한은이 자체 추산한 수치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2회 이상, 내년까지 3∼4회에 걸쳐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이에 따른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계속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리 0.50%포인트 상승 시 추가 이자 부담은 연간 3조7000억원, 0.75%포인트 상승하면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 1인당으로는 각각 연평균 59만2000원, 88만9000원씩 늘어난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석 달 연속 상승해 3%대로 올라섰다. 올해 6월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5월(연 2.90%)보다 0.15%포인트 높은 3.05%로 집계됐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 3%대는 지난해 1월(3.08%)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대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취약차주는 연체율이 급상승하는 등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올 1분기 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자이거나 저신용인 차주의 1인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1억352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기관·상품에서 대출을 받아, 더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상태로 추정한다. 빚투 열풍에 동참한 차주들 역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기타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1조5000억원, 차주 1인당 평균 7만6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 역전 폭은 3년여 만에 가장 좁아진다. 양국의 10년물 금리는 2022년 7월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되자 그해 12월부터 미국이 한국을 앞지른 뒤 격차가 꾸준히 벌어져 지난해 1월 1.81%포인트까지 커졌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격차가 줄기 시작해 올해 1월(-0.72%포인트), 2월(-0.52%포인트)에 이어 6월(-0.29%포인트)까지 축소됐다.
◆미 증시 훈풍에 코스피 ‘7천피’ 회복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6.24% 상승한 7284.41에 장을 마쳤다. 오전 9시17분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전일 대비 6.5%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21번째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전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완화가 국내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14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기존 42%에서 17%로 대폭 내려갔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4.06%), 마이크론(4.92%), 샌디스크(5.02%), 인텔(4.5%) 등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일제히 반등한 가운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전일 대비 27.29% 급등해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발 훈풍에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일 대비 6.27%·8.83% 상승한 27만9500원·208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종목이 반등하면서 이를 담고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4종(인버스 제외)도 이날 11~18%대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다시 매수세로 돌아섰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2442원, 169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기관투자자는 검은 월요일이었던 지난 13일 각각 1조6705억원, 2조233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14일부터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기관이 이틀 동안 순매수한 금액은 각각 3조2179억원, 3조3814억원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반도체 대형주를 비롯한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달 하순 빅테크의 실적 발표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