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모회사 쿠팡Inc의 미국 로비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에서 로비는 법에 따라 공개되는 합법적인 활동이며, 쿠팡만 유별나게 대규모 로비를 벌이는 기업처럼 비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16일 “전 세계 1만50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가 미국에서 합법적인 로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쿠팡Inc만 유일무이하게 로비를 하는 것처럼 잘못 묘사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법률과 정책은 현지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각국 기업이 의회와 행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일반적인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쿠팡이 인용한 미국 정치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릿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신고한 기업과 기관·단체는 1만5768곳이다. 자체 인력을 통해 로비하거나 외부 전문업체를 고용한 곳을 포함한 수치다.
쿠팡은 “미국 정부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거나 로비업체를 고용한 한국 대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며 “쿠팡Inc 역시 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 로비공개법(LDA) 신고 자료를 보면 쿠팡Inc가 올해 1분기 신고한 로비 지출은 109만달러다. 원화로 약 16억원 규모다.
지난해 4분기 신고액 58만달러보다 51만달러, 87.9% 늘었다. 쿠팡Inc가 분기별로 신고한 금액 가운데 가장 많다.
쿠팡은 일각에서 이를 ‘천문학적인 로비 자금’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쿠팡은 “미국의 주요 자동차기업은 올해 1분기 1138만달러, 대형 기술기업은 708만달러를 신고했다”며 “쿠팡Inc의 지출은 이들 기업의 최대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계 기업의 미국 현지 법인 신고액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로비 신고액은 SK아메리카스 159만달러, 삼성전자아메리카 148만달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2만달러, 쿠팡Inc 109만달러 순이다.
다만 기업마다 미국 사업 구조와 신고 법인 범위가 달라 이 수치만으로 그룹 전체의 로비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비교 대상과 집계 범위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쿠팡Inc는 자체 대관 조직과 별도로 워싱턴DC의 외부 로비업체도 고용했다.
미국 의회 신고 자료에서 올해 1분기 쿠팡 관련 수입을 신고한 외부 업체 6곳의 금액은 모두 69만5000달러다. 볼러드파트너스 17만달러, 컨티넨털스트래티지 7만5000달러, 크로스로드스트래티지 7만달러, 밀러스트래티지 30만달러, 모뉴먼트애드버커시 6만달러, 윌리엄스앤드젠슨 2만달러다.
이를 근거로 쿠팡Inc의 자체 신고액 109만달러에 외부 업체 신고액을 더해 실제 로비 규모가 160만~170만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팡은 같은 돈을 이중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의회 LDA 지침에 따르면 자체 로비 인력을 둔 기업은 직원 인건비와 관련 경비뿐 아니라 외부 로비업체에 지급한 비용도 전체 로비 지출에 포함해 신고해야 한다. 외부 업체는 해당 금액을 고객사로부터 받은 수입으로 다시 신고한다.
기업이 신고한 ‘지출’과 외부 업체가 신고한 ‘수입’을 단순히 합치면 동일한 거래가 두 차례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쿠팡Inc의 신고액 109만달러와 외부 업체들의 신고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도 신고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발생한 전체 비용을 추산해 신고하는 반면, 외부 업체는 해당 분기에 인식한 수입을 신고한다. 신고 시점과 회계 처리, 금액 반올림 방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쿠팡은 미국 로비 활동의 목적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거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수출과 무역·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Inc가 미국 의회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는 미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농업 생산자의 디지털·소매·물류 서비스 이용 확대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수출 촉진 등이 주요 의제로 적혔다.
북미·아시아·유럽 간 무역과 투자 확대, 한국·대만·일본·영국·유럽연합 등 동맹국과의 경제 관계 강화도 포함됐다. 기업 이민 정책과 한국인 전문직 비자 확대를 다루는 ‘한국 동반자법’도 로비 대상에 올랐다.
접촉 기관은 미국 상원과 하원,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농무부, 중소기업청, 국가안보회의 등이다. 대통령 비서실과 부통령실을 상대로 활동한 외부 로비업체의 신고도 확인됐다.
로비 비용이 증가한 시점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Inc의 신고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4분기 58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109만달러로 급증했다.
다만 시점이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로비의 목적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신고서에 수출과 통상 진흥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LDA 보고서에는 로비 주체가 신고한 정책 분야와 접촉 기관이 담기지만, 개별 면담에서 오간 구체적인 대화나 실제 정책 결정에 미친 영향까지 공개되지는 않는다. 로비가 미국에서 합법이라는 사실과 개별 활동의 적절성, 정책에 미친 영향은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쿠팡은 “한미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시설을 구축해 국내에서 9만명 이상을 고용했다”며 “대만 로켓배송과 190여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 플랫폼 파페치 등 글로벌 사업의 수출 확대와 무역 활성화를 위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