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특혜채용 전 선관위 사무총장 징역 2년…"공정 원칙 훼손"

"선관위 독립적 지위 뒤에서 범행…청년 세대들에 상실감 줘"
재판부, 감사원 직무감찰 증거능력 인정…"헌재, 감사원 감찰 취소하진 않아"

아들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 채용하게 하고 각종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신상렬 부장판사)는 1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무총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연합뉴스

다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다고 보고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사무총장의 공소 사실 가운데 인천시선관위 전입 시험을 비대면으로 바꾸게 한 혐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처장이었던 피고인에게는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과 인사 권한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인천시선관위 담당자에게 아들 응시 사실을 알리고 면접위원으로 특정 직원을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지시했고 담당자가 지시를 이행한 이상 경력채용이 외부의 부당한 영향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한 원칙을 위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의 인천시선관위 전보 등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재직 기간 요건이 합리적 이유 없이 하향됐고 그에 따라 혜택 볼 사람은 피고인의 아들이 유일하다"며 "피고인이 시 선관위 담당자에게 아들이 관사를 받게 해달라고 지시했고 아들을 위해 한 채를 추가 배정하게 한 사실도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중앙선관위 인력관리 실태에 대해 감사원이 벌였던 직무 감찰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지난해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중앙선관위가 포함되지 않고, 직무 감찰 역시 위헌·위법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재의 권한 침해 결정이 감사원의 감찰을 취소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은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직무감찰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되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이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배제한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헌법 기관으로서 인사 운영 등에 대해 독립적 권한과 지위를 부여받은 선관위에는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부여되고 법과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사회적 약속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반"이라며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적 권한에 있어 누구보다 엄격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선관위 고위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직권을 남용해 부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이는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공정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실력과 노력으로 공직에 나아가고자 했을 청년 세대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상실감과 무력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헌법상 보장된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 뒤에서 행해진 이 범행은 헌법기관으로서의 선관위 지위를 훼손했다"며 "권력과 권한의 크기가 클수록 책임도 그에 비례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의 기본 원칙을 볼 때 피고인을 엄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전 사무총장은 2019년 11∼12월 아들이 인천시선관위 산하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아들을 1년 만에 인천시선관위 사무처로 부정 전입시키면서 법령을 위반해 관사를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은 강화군청에서 근무하다가 경력 공무원 경쟁 채용을 통해 선관위로 이직했다.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이던 김 전 사무총장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면접위원으로 선정하고 면접 전에 전화해 아들의 응시 사실을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