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방·삼륜차… 익숙해서 못 본 서울의 이면

현상서울/ 임동우 외/ 안그라픽스/ 5만3000원

 

서울을 오래 관찰한 외국인 건축가, 연구자, 디자이너, 작가들의 시선과 통찰이 담긴 책이다. 낯선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되 서울 안에 깊숙이 머물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 익숙해서 우리에겐 보이지 않았던 장면과 구조를 드러낸다. 충무로 인쇄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삼륜차도 그중 하나다. 동대문 원단시장 등에서도 활약하는 삼륜차는 임시 운송 수단처럼 보이나 어엿한 지역 생태계의 핵심적 구성요소다. 수많은 도심 내 공장과 작업장을 하나로 연결하며 이 일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생산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하는 움직이는 결속체다.

 

이어지는 장들은 서울의 주거와 지하 공간으로 시선을 넓힌다. 반지하와 옥탑방, 주차장을 개조한 방은 서울에서만 두드러지는 저층 주거 유형으로 낱낱이 해부된다. 총 주택의 5%인 약 20만가구에 이르는 반지하 가구 수를 근거로 이 유형이 예외가 아니라 서울 주거의 한 축임을 짚는다. 지상의 거리와 광장이 건물 내부와 지하철 역사 속으로 옮겨간 단면도 다룬다. 숙소와 사무실, 전시장, 쇼핑몰을 오가면서도 바깥 공기를 마시지 않았던 하루를 예로 들며 서울이 촘촘한 지하 연결망 위에서 작동하는 도시임을 보여준다. 재개발 속에서도 남은 도심 속 작은 구릉지 또한 서울의 밀도를 읽는 단서로 제시된다.

임동우 외/ 안그라픽스/ 5만3000원

서울에서 사는 외국인 사진가가 매일 남긴 기록으로 도시를 하루 단위의 연속된 장면으로 되짚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웨딩홀과 장례식장, 산후조리원처럼 삶의 의례를 한 건물에 압축한 서울만의 현상인 ‘원스톱 건축’도 이방인에겐 신기한 현상이다. 또 획일적으로 보이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현관 앞 문턱과 신발장, 욕실의 완만한 경사 같은 세부가 온돌 문화에서 비롯된 독자적 주거 문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명을 빼면 모두 외국인인 집필진은 서울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기보다 여덟 갈래의 관찰로 남겨둔다. 질감이 도드라지는 PVC 표지와 낱장을 이어붙인 듯한 지면 구성 자체도 볼거리다. 익숙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서울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