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통화긴축 전환… 금리인상 후폭풍 단단히 대비해야

3년6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
물가안정·환율 방어 위해 불가피
통화·재정정책 정교한 조합 중요

한국은행이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긴축전환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의 행보와도 다르지 않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반도체 호황 덕에 경기반등이 뚜렷해진 데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이후 3%대로 치솟았다. 물가 오름세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넘어 농축산물과 컴퓨터·승용차 등 공업제품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년째 이어진 한·미 간 금리역전 탓에 가중되고 있는 원화가치 급락(고환율)이나 자본유출사태를 방어하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제는 긴축한파가 몰고 올 후폭풍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때다. 금리가 오르면 늘어나는 이자로 기업과 가계에 타격을 주고 소비와 투자 여력도 쪼그라든다. 이번 인상만으로도 가계가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는 연간 3조2000억원에 달한다. 빚으로 버티는 영세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서민은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다.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 시한폭탄의 뇌관이 터지지 말란 법이 없다. 가뜩이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입)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풍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긴축이 자산 거품 붕괴나 금융불안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와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와 재정, 금융정책의 정교한 조합이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죄고 다른 쪽은 푸는 엇박자는 정책효과를 반감시키고 시장 혼선만 키운다. 정부는 이미 내년 800조원 이상의 슈퍼 예산을 예고했는데 과도한 팽창재정은 물가와 환율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되 무분별한 돈풀기는 자제하는 게 옳다. 금융당국도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가계부채 연착륙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은 역시 대내외 경제·금융여건을 꼼꼼히 따져 지나친 긴축이 실물경제를 망가트리지 않도록 추가 인상 폭과 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