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조절론에 반도체주 타격 초반부터 매도 이어져 사이드카 韓銀 금리인상도 지수에 충격 줘 당분간 현기증 장세 이어질 전망
국내 증시가 16일 또다시 급락했다.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든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식 매도세에 불을 지핀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현기증 장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463.81포인트(6.37%) 내린 6820.60에 장을 마쳤다. 323.91포인트(4.45%) 하락한 6960.50으로 개장하며 ‘칠천피’ 고지를 내준 코스피는 전날 6.24% 상승했던 기세를 곧바로 잃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에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에는 장 초반부터 강한 매도 바람이 불며 오전 9시10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매수 사이드카가 울린 지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77%, -11.53% 급락한 여파가 컸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1조3700억원, 2조3600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3조66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코스닥도 전날 대비 37.59포인트(4.53%) 내린 791.84에 거래를 마쳤다. ‘팔자’ 행렬이 이어지며 오전 10시20분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에도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이날 증시 급락은 국내외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거론되며 반도체주들이 부진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2.08% 하락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업체 크루소의 와이오밍주 데이터센터 건설 연기, 뉴욕주 데이터센터 건설 1년 유예 등을 담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역시 9% 급락하는 등 삭풍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통화 긴축 전환이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계속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반등 가능성을 더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강세장 여정에 있다는 판단은 유지하나, 앞으로 변동성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버블 붕괴, 금융시스템 위기가 아니라면 급락에서의 매도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