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을 앞두고 진행한 ‘부동산 세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비거주·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 수’ 중심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가액’으로 전환하고, 1세대 1주택 중심의 세액공제를 ‘실거주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관련 학계와 전문가, 일반 국민 등 60여명과 부동산 세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부동산 정책에 관한 부처별 릴레이 토론을 진행 중으로, 오는 23일 마지막 토론회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보유세 인상에 관해 대다수 참석자는 ‘강화’ 기조에는 동의했지만, 그 속도나 강도에는 의견이 갈렸다. 남기업 토지거래자유소장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유세는 제한적인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시장 수용성을 넘어서 급격히 부동산 과세가 강화되면 매물잠김과 거래량 감소, 시장 경직, 월세를 통한 세금 전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보유세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되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 정도로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 다수 의견이 집중됐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주택을 과세할 때 ‘거주 주택’과 ‘투자 주택’을 구별해야 하는데, 현행 제도는 그 구별을 1세대 1주택으로 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은 1세대 1주택에 집중된 세제혜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1주택 요건을 지방에서는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 랩장은 “공시가격 크기에 따른 종부세 부과가 적합하다”고 봤고, 심충진 건국대 교수(경영학)도 “종부세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면 가액 기준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초고가 1주택의 기준선도 토론의 쟁점이었다. 심 교수는 “초고가 주택의 조세 부담이 낮다는 데 동의한다”며 “시가 50억원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고려하면 35억원 정도인데, 그 이상은 공제 적용률을 10%포인트씩 차감하면 과세 형평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초고가 주택에만 실효세율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며 40억원을 기준선으로 제시했다.
고령자와 장기보유자 위주로 설계된 1세대 1주택의 종부세 공제를 실거주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심 교수는 “보유는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기간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5년 이상 거주하면 10% 공제, 이후 5년 늘어나면 공제율을 10%포인트씩 가산해 20년 이상 살면 40% 최대 공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함 랩장도 “1세대 1주택에 최대 80% 주는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바꿔 실거주에 종부세 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종부세를 공제하는 방식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공제보다 납부 유예를 통해 주택을 팔거나 상속할 때 내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유세 인상보다는 공급 확대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1.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5%보다 높다”며 “우리나라의 보유세 수준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인구 1000명당 주택 보급이 독일은 509호인데 우리나라는 평균 442호, 수도권은 407호”라며 “수도권 집중 공급을 하더라도 수요가 계속 수도권에 몰리기 때문에 5극3특이 중장기 해법”이라고 짚었다.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양도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함 랩장은 “서울은 양도세 중과 이후 8만가구 매물이 6만가구까지 줄었고 전월세도 전년 동기보다 14% 줄었다”며 “보유세를 높인다면 조정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을 일부 낮추는 식으로 거래세는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 위주로 운영해야 하며, 양도세는 동결효과로 시장을 왜곡한다”며 “장특공제를 단순히 정률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세와 연동해서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다양한 의견을 최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